보험금 지급 지연 등 지적 곳곳 오류
자의적 해석으로 보험산업 불신 키워

▲ 2013~2015년 상반기 보험사 사고보험금 지급 기간 현황(단위: 건).[자료: 김기식 의원실]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보험사들이 이른바 ‘국감 스타’ 만들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으로 내년 총선을 의식해 억지 회초리를 드는 의원들이 늘면서 정확한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보험산업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반쪽자리 비판이 난무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14일 금융위원회, 15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개별감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7일 두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보험업계의 잘못된 상품 판매 관행이나 보험금 지급 방식을 지적하는 자료를 잇따라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보험업과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성돼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왜곡한 사례다.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한 번 잘못된 인식이 박히면 이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

◆보험금 늑장 지급 아닌 합의 지급

보험금 청구서류 접수일을 기준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늑장 지급하고 있다고 밝힌 정무위 야당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의 주장은 대표적인 예다.

김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5년 상반기 사고보험금 지급 기간 현황’을 토대로 보험사들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시한을 넘겨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22만1549건), 손해보험사 중에는 삼성화재(158만8099건)가 11일 이상 걸려 보험금을 지급한 건수가 가장 많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한 지적을 하면서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서류 접수일로부터 3영업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고, 지급 사유에 대한 조사나 확인이 필요할 때는 생보사는 10영업일 이내, 손보사는 7영업일 이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고보험금 중 지급 기간 11일 초과 건수가 550만1863건으로 가장 많은 자동차손해 보험금의 경우 표준약관상 청구서류 접수일이 아니라 보험금액을 정한 날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토록 돼 있다.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했더라도 고객과 보험사가 보험금액에 합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기한이 설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고객이 보험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외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막론하고 고객이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 중 일부를 제출하지 않아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A보험사 관계자는 “업권이나 종목에 따라 보험금 지급 기일 기준에 차이가 있을뿐더러 통상 고객과 보험사가 보험금액에 합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보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을 늦게 지급할 경우 지연이자를 손해배상액에 더해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늦게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서류 미비와 같은 고객의 귀책사유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 관련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접수 자체를 거절하면 고객이 보험금을 다시 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며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일단 접수를 한 뒤 고객이 부족한 서류를 갖고 올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실제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민원수용과 고객만족은 별개 문제

‘민원을 수용하지 않는 보험사는 나쁜 보험사’라는 식의 민원불수용률 관련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김 의원은 역시 금감원이 제출한 ‘2014~2015년 상반기 국내 보험사 민원 건수 및 불수용률 현황’을 근거로 생보업계와 손보업계 모두 민원불수용률이 40%를 웃돈다며 고객들이 제기한 민원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PCA생명(73.05%)과 NH농협손보(68.63%)의 민원불수용률이 각 업권에서 가장 높았다. 민원불수용 건수 기준으로는 삼성생명(5292건), 삼성화재(4724건)의 규모가 가장 컸다.

민원불수용률이 높은 보험사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민원수용률은 곧 고객만족도라고 해석하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민원을 수용한다는 것은 애초 상품 판매나 보험금 지급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보험사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C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지급률이나 민원수용률이 반드시 고객의 만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원 관련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부당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선의의 고객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언급했다.

◆총선 의식한 보여주기 국감 폐해

올해 정무위 국감은 주요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유관기관장이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서 빠져 조용히 지나가나 했던 보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올해 국감은 내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 때문에 어느 때 보다 보여주기식 질의나 질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보험사의 잘못된 영업 관행은 지적을 받아 마땅하지만, 특정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의 지적은 권력 이기주의라는 의견이 다수다. 특정 보험사가 나서 국회의원의 의견을 반박할 경우 눈 밖에 날 것을 우려해 속으로 삭히며 눈치만 보는 것이 현실이다.

D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금융권에서도 민원에 가장 민감한 업계이다 보니 매년 국감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타깃이 되기 일쑤”라며 “보험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토대로 한 건전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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