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 핀(Fin)과 테크(Tech)의 밸런스가 성공의 관건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김미리내 기자, 김민수 기자> 전세계적으로 금융환경이 급속하게 디지털화되면서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화 포트폴리오 관리 프로그램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2015 대한금융 은퇴전략 포럼: 핀테크 시대, 은퇴금융이 가야 할 길’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 전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발표한 쿼터백테크놀로지의 김승종 대표는 “금융과 IT의 결합을 의미하는 핀테크 시장에서 미국의 실리콘밸리 출신들은 IT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가격’ 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가격분석은 단순한 테크니컬 분석의 하나일 뿐이며 펀더멘탈, 모멘텀 분석 등 굉장히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며 “핀(Fin)과 테크(Tech)의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겉으로는 굉장히 편하고 유저 친화적이지만 내부의 엔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은퇴설계 및 절세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제공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 성향을 파악하고 ETF로 구성된 최적의 자산배분 전략 및 자동 리밸런싱, 주기적 리포팅, 간단한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자산관리서비스의 평균 수수료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면서도 은퇴설계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물론 세금 절세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큰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상위 11개사를 분석해보면 8개월만에 65%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사업유형은 크게 풀리 오토메이티드(Fully Automated) 방식과 어드바이저 어시스티드(Advisor Assisted) 방식으로 나눠진다.

‘풀리 오토메이티드’ 형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10여개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판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화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용하기 쉬운 플랫폼과 연간 0.15~0.5%에 달하는 낮은 거래비용이 강점으로, 가격에 민감한 20~30대가 주요 고객층이며 ETF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어드바이저 어시스티드’ 형은 온라인뿐만 아닌 전화나 이메일 등의 추가 상담을 통해 위험성향을 진단하고 재테크 자문을 해주는 방식으로 풀리 오토메이티드 형보다 개인화된 서비스가 장점이다. 수수료는 0.3~0.9% 또는 월정액 수수료가 부과되며 알고리즘이 ETF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지만 결정은 고객이 스스로 할 수 있다.

쿼터백테크놀로지는 이날 자리에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사업 영역을 크게 세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로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꼽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중장기 설계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강점으로 내세운 이 시장은 중위험 중수익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해 높은 기술수준과 금융지식을 요구한다.

다음으로 알고리즘 기반의 멀티에셋 트레이딩에 포커스를 맞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큰 줄기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 시장은 ‘헤지펀드’, ‘글로벌 IB(투자은행)’와 같이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내워 단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투자자의 위험성향 분석보다는 시장의 절대 수익을 목적으로 해 장기투자에는 부적합하며 과도한 매매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운영하고 있는 정성적 분석에 의한 자산관리시장이다.

금융기관의 자산관리전문가 및 애널리스트들의 자문을 받아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정형화된 방법론이 아닌 투자자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운용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고 수준 높은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나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최선의 주식, 채권 등의 상품을 한데 모아 놓다 보니 시장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 함께 급락할 가능성이 커 위험 분산에 취약하다.

김승종 대표는 “국내 온라인 자산관리시장은 증권거래 HTS기반의 브로커리지 부문 외에 자문을 기반으로 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며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자산관리 니즈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소개한 ‘어드바이저 어시스티드’ 형의 로보어드바이저 모델은 적절한 온라인 분석과 전화, 이메일 등의 추가적인 상담을 통해 개인자산의 중장기 재무설계와 투자목표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불안한 노후, 온라인 자산관리로 간접투자 활성화시켜야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며 은퇴 이후 소득 부족분을 대체하기 위해 은퇴 이전부터 투자(Investing)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번째로 ‘온라인 자산관리시장의 전망 및 과제’를 발표한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박사는 “개인 투자자문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온라인 기반의 자산관리시장 육성이 시급하다”며 “간접투자 활성화, 투자자문 공급 확대, 자산관리 서비스의 고도화가 이뤄져야 은퇴금융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은 반면 금융투자 참여비율은 굉장히 저조하다. 대부분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자산관리서비스가 발전해 소액자산가나 개인투자자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다양하고 복잡한 간접투자상품을 개인이 선택하기 어렵고 자산운용사의 운용성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간접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보다는 고수익을 노린 직접투자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직접투자의 낮은 수익률을 그대로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가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박사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관리계좌(ISA)제도 등을 통해 종합자산관리에 대한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제대로 안착될 경우 고액중심의 개인 투자자문서비스 시장이 개인이나 소액자산가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자산관리 대중화 및 투자자문 확대를 위해서는 핀테크 시대에 맞는 온라인 자산관리업자 출현과 시장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은 이 같은 온라인 자산관리업자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투자업계 역시 능동적으로 온라인 사업모델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핀테크 기반 금융서비스…자칫 잘못하면 ‘위법’ 낭떠러지
핀테크가 지급결제뿐 아니라 은퇴금융산업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법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구태언 변호사는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돈을 거래하는 사금융이 널리 퍼져있는 우리나라에서 핀테크라는 용어가 유사수신행위와 연결될 경우 피라미드 금융 또는 다단계 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구 변호사는 현재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보급된 상황에서 모바일 자산관리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개인이 쉽게 자산을 금융피라미드에 투자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정보 활용은 더 복잡한 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고객이 핀테크 기업에 공인인증서를 제공하고 핀테크 기업이 금융정보를 직접 조회하는 경우 기존 금융기관과 체결한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을 위반하게 돼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률적·재정적 리스크가 그대로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이 빅데이터를 통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는 경우 다양한 사물인터넷에서 수집되는 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의 성장 자체가 막힐 수 있다.

구태언 변호사는 “빅데이터의 원활한 수집을 위해 개인정보 정의에 ‘개인정보처리자 기준성’을 도입하고 정보주체로부터 개인정보의 사전동의(Opt-In)가 아닌 개인이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포괄적으로 동의하는 사후동의(Opt-Out)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채널이 확대됨에 따라 보안 및 개인정보에 따른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핀테크 기업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내부관리계획 수립과 불법적인 접근 차단을 위한 접근 통제장치 설치 및 운영, 암호화 기술 등을 이용한 보안조치 등을 통해 보안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독기관에서 사후적 단속과 처벌보다는 보안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도록 행정지도하고 금융 피라미드 등 핀테크와 결합되는 악성 유사수신행위를 철저히 단속할 것을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핀테크 초기에 안정적 신뢰를 얻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후견적 지도가 필요하다”며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발한 핀테크를 잘 육성하려면 산업 초기에 핀테크에 대한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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