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고객 우대 삼성화재 고객 이탈
보험료 인상 중소형사 경쟁력 상실

▲ 2014~2015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추이(단위: %).[자료: 손해보험협회(원수보험료 1000억원 이상 11개사 기준)]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손해보험업계 2위 경쟁사인 현대해상과 동부화재가 1위사 삼성화재의 몸 사리기와 중소형사의 도미노 보험료 인상을 틈타 자동차보험시장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옛 LIG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더케이손보, 악사손보, 하이카다이렉트 등 올 상반기(1~6월) 1000억원 이상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를 기록한 손보사 11곳의 총 원수보험료는 7조2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5550억원에 비해 6475억원(9.88%)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등 상위 4개사의 원수보험료는 4조8893억원에서 5조3729억원으로 4836억원(9.89%)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통상 매년 자동차 등록 대수가 2~3%씩 증가하는 데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외제차의 비중이 늘어 원수보험료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11개 손보사 중 1년 사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곳은 현대해상, 동부화재, 한화손보, 하이카다이렉트, 더케이손보 등 5곳이었다.

특히 원수보험료와 순이익 규모에서 각각 손보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시장점유율은 나란히 16%대에서 17%대로 올라섰다.

현대해상의 시장점유율은 16.5%(1조816억원)에서 17.35%(1조2494억원)로 0.85%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동부화재 역시 16.98%(1조1130억원)였던 시장점유율이 17.19%(1조2384억원)로 0.21%포인트 뛰었다.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34.54%로 삼성화재를 제외한 하위사 8곳의 수치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들 회사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28.28%(1조8536억원)에서 27.81%(2조30억원)로 0.47%포인트 하락한 삼성화재의 보수적인 계약 인수 방침과 무관치 않다.

삼성화재는 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를 통한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손해율이 낮은 이른바 ‘우량 고객’을 우대하고 있다. 평소 사고를 일으키지 않아 손해율이 낮은 물건을 우선 인수하고, 반대로 사고가 잦아 손해율이 높은 물건에는 엄격한 인수 기준을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객들이 다른 손보사, 그 중에서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자동차보험으로 갈아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현재 손해율이 낮은 우량 고객을 유치하는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사고 유무와 빈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험료를 차등화 하는 가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손해율 고공행진을 이유로 잇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중소형 손보사의 결정도 대형사인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에 호재로 작용했다.

보험료 인상으로 중소형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비슷한 가격이라면 규모가 큰 회사가 낫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고객들이 발걸음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롯데손보의 경우 지난해 7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1% 인상한데 이어 올 5월 업무용은 2.9%, 영업용은 7.7% 올렸다. 롯데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3.39%(2219억원)에서 올해 동기 3.34%(2404억원)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9월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각 1.6%씩 올렸다. 악사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1년새 4.87%(3190억원)에서 4.86%(3498억원)로 0.0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2012년 4월 이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조정하지 않았다. 업무용, 영업용 자동차보험료 역시 지난해 4~5월 이후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중소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움직임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 상실에 따른 계약자 이탈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악사손보는 올 7월 개인용은 5.4%, 업무용은 4.5% 보험료를 올렸다. 흥국화재는 이달 업무용을 4.3% 인상했고 다음 달부터 개인용도 5.9% 올린다.

올 들어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한화손보 역시 다음달 1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4.8% 인상키로 했다. 한화손보는 연내 영업용,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손보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줄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서 등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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