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조정’ 방점, 신속처리반·특별조사팀 신설

 신규 인력마련, 악성민원 자체해결 가능 관건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 민원·분쟁 처리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악성민원을 담당하는 별도 팀을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업무과다로 인해 민원 처리기간이 늘어지자 이를 효율화하기 위함인데, 한편에서는 일 떠넘기기란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은 금융민원 및 분쟁 처리를 신속·효율화하고 전문화하기 위해 신속처리반, 특별조사팀, 전문소위원회를 신설하고, 일차적으로 금융사와 민원인 간 자율조정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 민원·분쟁처리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에 제기되는 민원과 분쟁이 크게 늘어난데다 내용이 전문화·복잡화 되면서 자체 인력만으로 소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 민원·분쟁처리 전담인력은 72명으로 연간 약 7만9000건, 하루 평균 4.5건의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데다 별도 구분 없이 선입선출 방식으로 민원을 처리하다 보니 평균 처리기간만 한달 반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금감원은 접수된 민원을 해당 금융사와 민원인간에 먼저 자율조정토록 유도하고, 금융사를 이미 거쳤거나, 자율조정이 되지 않은 건들을 다시 유형별로 분류해 처리토록 할 방침이다.

과거 조정사례나 판례가 있는 정형화된 민원의 경우 신설하는 ‘신속처리반’을 통해 집중처리토록 해, 7영업일에서 최대 14일 내 회신토록 할 방침이다. 정형화되지 않거나 조사기간이 필요한 민원은 기존 민원처리팀에 배정해 1~2개원 안에 처리토록 했다.

악성민원의 경우 각 업권 의견을 수용해 카테고리화 한 내용을 토대로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특별조사팀’에서 대응토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앞서 몇몇 보험사를 대상으로 민원 자율조정 활성화(일명 ‘민원 선(先)처리’)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결과 접수 민원 중 21%는 금융사가 민원인에게 수용 곤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율조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이재민 국장은 “보험사 자체적으로 민원처리가 가능했던 부분이 30% 정도였다면, 시범운용을 통해서 전체의 절반가량 이상이 자체 자율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며 “역량강화를 통해 자체적인 민원처리가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사의 역량 강화라는 좋은 말로 포장하고 있을 뿐 사실상 업무를 금융사에 떠넘기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경우 금감원 평가(민원평가)에서 건수가 제외되기 때문에 민원에 민감한 보험사로써는 나쁠 건 없지만, 대내 민원처리에만도 인력이 부족한 중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감독원의 업무 부담으로 사실상 (금융사에) 일을 떠넘긴다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업권은 과거부터 민원과 관련해 당국의 뭇매를 맞아온 만큼 이번 개혁안의 실효성 역시 반신반의 중이다. 더욱이 자율조정에 방점이 찍혀있어 악성민원 문제 해결이 가능할지 여부도 의구심이 들고 있다. 별도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악성민원의 경우 보험사기와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재 등을 피하는 방안이 공유되며 점차 조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 새로이 신설되는 팀 및 전문인력 보강과 내년부터 민원평가 대신 실시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와 관련한 각 사 인력문제도 관건이다. 팀의 규모 및 인력수급에 따라 개혁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편 금감원은 민원·분쟁 유발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으로 금감원의 민원처리 결과를 감독분담금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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