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정보유출 피해자 1인당 10만원 배상하라” 판결
카드사, 유사소송 90여건 달해 부담…항소키로 결정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2014년 초 발생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정보유출사고와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이 “정보유출 피해자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고 각 카드사에 판결했다. 이에 카드사들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항소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는 지난달 22일 개인정보유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 법률 검토를 거쳐 3주 뒤 항소장을 제출했다. 롯데카드도 이달 초 정보유출 관련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우리 측에서 주장한 것 중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항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항소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배상 판결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90여건에 달하는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관련 소송 중 첫 승소 사례로, 잇따른 유사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카드사들에겐 엄청난 손해배상액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의 손해배상 소송 규모는 KB국민카드 530억원, NH농협카드 151억원, 롯데카드 354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하로 연간 수 백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장용석 변호사는 “카드사들이 항소를 제기했다는 것은 정보유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카드사들은 이번 판결로 추가 소송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한명이라도 소송에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는 심산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은 종전 판례에 비해 1심 판결금액이 다소 적다고 판단,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 전원을 위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를 상대로 일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앞서 법원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만이 유출됐던 사건에서 10~20만원 수준의 금액을 위자료로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바른은 민감한 정보인 신용정보, 은행계좌번호, 신용카드 번호 및 유효기간까지 유출된 이번 사건에서 더 많은 금액의 위자료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외국에서 발생한 정보유출사건을 보면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금융사가 알아서 바로 보상해준 사례를 볼 수 있다. 이처럼 금융사가 도의적 책임에 따라 스스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합당한데 카드사들은 뻔뻔하게 항소까지 제기했다”며 “우리나라의 법은 금융사에 관대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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