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늑장대응’… 이동 아닌 해지 시 이자수익 못 받고 수수료도 내야

중도해지 안되는데 은행·증권사 ‘묻지마 사전가입 유치’ 고객만 혼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중산층 국민의 ‘재산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오는 14일 본격 출시된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출시 전부터 고가의 경품이나 고수익 상품 가입기회를 내걸며 유치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준비가 미흡해 성급한 시행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전가입 시 ‘묻지마 식’으로 계좌를 개설하라고 하면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구성이나 수수료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상품 간 비교해 볼 수 있는 창구도, 업권 간 계좌이동도 아직 불가능 해 경품만 보고 가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SA는 1인 1계좌만 가능하기 때문에 계좌이동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계좌를 옮기려 해지하게 되면 이자수익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수수료도 내야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가 공동으로 일임형 ISA의 모델포트폴리오(MP)에 대한 구성내용, 수익률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통합비교공시 시스템을 준비 중이며, 금융위에서 계좌이동이 가능하도록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라지만 사실상 구체화 된 건 없다. 시행일자에 쫓겨 일단 상품부터 팔고 나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성급한 시행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 계좌이동제 5월 시행?
ISA는 예·적금, 보험,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업권을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통장에 모아 손익을 합산, 200~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연간 20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3~5년의 의무가입기간이 주어진다.

하나의 금융사에 하나의 계좌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은 당초 계좌 속성 이동의 형태로 은행, 증권사 등 구분 없이 계좌이전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저축과 같이 상품 환매 후 이체 절차를 거쳐 계좌의 세제혜택 속성을 그대로 유지해 세제상 불이익을 없애는 방식이다. 고객유치에만 집중하고 정작 관리에 소홀할 수 있는 점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전가입 유치에 불이 붙은 것과 반대로 계좌이전은 아직까지 세부사항도 결정되지 않은 채, 막연히 5월쯤 도입할 것이란 얘기만 떠도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ISA 시행 후) 몇 달 뒤 실시한다는 방침으로 세부사항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타 금융기관 간 계좌이동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할지,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며 5월쯤 시행할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성급히 가입했다 계자이동제 도입 전에 계좌를 옮기는 고객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ISA는 만기 전에는 중도해지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계좌이동을 통해 상품구성을 달리할 수 있지만, 5~6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 이전에는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사전 제반준비 없이 이루어진 과열유치 경쟁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당국 늑장대응에 수수료, 상품내용도 모르고 가입
상품구성이나 수수료 등을 미리 공개하지 못한 것도 당국의 늑장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대로라면 행정지도안이 2월19일 마무리되고 22일부터 MP심사 보고가 됐어야 출시 일주일전에 수수료, 상품구성 등의 공개가 가능한데, 10여일 넘게 일정이 늦어지면서 출시 당일인 14일에야 수수료, 상품구성 등의 홈페이지 공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당국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일임형 ISA에 대해 위험등급별로 MP 2개 이상씩을 제출해 사전심사를 받도록 한 것인데, 심사 시작이 늦어지면서 수수료나 상품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및 증권사에서 사전 계좌유치에 열을 올린 것은 의무가입 기간이 3~5년으로 신규 및 장기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사 관계자는 “ISA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상 수수료를 낮게 책정했기 때문에 큰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신규고객 확보 차원이지만 이 역시도 은행의 지점 및 규모에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선점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ISA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라는 점에서 금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의 재산형성이라는 도입취지에 맞게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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