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소비자보호는 뒷전, 보험료 올리려 혈안

당국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을 것” 낙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보험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던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보험료 자율화’에 대한 개악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기본계약과 연관성 없는 특약의 의무가입 제한을 풀어달라.”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에 대해서도 무심사보험요율(일반요율 대비 소비자에 불리)로 산출한 사망·생존급부 적용이 가능한가?”
“계약관리비용(기타비용)을 보험료의 2.5% 이하로 설정토록 한 것을 보험상품별로 다르게 할 수 있나?"
“보험료의 50% 이상을 부가보험료(수수료, 광고 등 사업운용에 필요한 비용)로 책정이 가능한가?"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자율화 이후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금융당국에 문의한 내용들로 사실상 ‘소비자 보호’와는 거리가 먼 질문들이다. 대부분이 수수료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획기적인 상품개발을 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심지어 의무부가특약 제한을 풀어달라거나, 상품판매 목적과 상이한 급부 설계가 가능하냐는 등의 내용은 그동안 소비자보호를 위해 마련된 부분까지 배제하려는 모습이어서 보험료 인상 폭탄에 따른 소비자부담 가중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의무부과특약은 보험사들이 주계약과 관련 없는 특약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상품구성을 해온 것으로 계약자는 불필요한 특약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더 주고 가입해야만 했다. 당국은 이러한 관행을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지난해부터 기본계약과 연관성이 없는 보장특약의 의무화를 제한토록 했다. 때문에 이 사항은 법규위반 조치 우려가 있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를 풀어달라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의무부가 특약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보험료 부담도 당연히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경우 인수심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심사보험요율로 산출한 사망, 생존급부를 적용하려는 것 역시 상품의 판매목적과 전혀다른 급부설계를 하겠다는 것으로 계약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소지가 있다.

감독당국은 “인수심사가 거의 없는 연금보험을 무심사보험으로 개발해 일반 생존 사망률보다 계약자에게 불리한 무심사 생존·사망률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보험업법시행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수료와 관련된 규정은 거의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보험료 자율화로 보험상품심사매뉴얼이 폐지됨에 따라 기존에 영업보험료(보험료)의 50% 이상을 부가보험료(보험금 지급 재원 이외의 수수료, 광고비 등 보험사의 사업운용에 필요한 비용)로 책정하지 않도록 규제한 효력이 없어졌으며, 계약관리비용(설계사 등에게 지급되는 판매수수료 이외 보험계약 유지를 위해 매년 떼어가는 수수료)을 전체 보험료의 2.5% 이하로 규정했던 것 역시 별도의 제약이 없어졌다.

이는 보험사가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수수료 등 필요경비로 떼 간다고 해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담보의 보험상품이라고 해도 앞으로는 기존보다 더 높은 수수료가 적용돼 보험료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이미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된 가운데, 4월 중으로 종신보험, CI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대한 보험료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화가 된다고 해서 당장 획기적인 상품이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며 “그동안 보험료 인상을 억제해 왔기 때문에 대부분 보험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당분간 보험료는 전체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율화로 경쟁을 통해 보험료 인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자율화는 개악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며 “보험다모아를 포함해 현재 정확히 보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담보나 상품자체는 별반 다르지 않은데 이전보다 사업비를 과도하게 부과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결정은  보험사가 합리적으로 해야 할 부분으로 수수료 등에 상한선을 두는 것은 부적절 하다”며 “실제 나가는 비용이 전체 보험료의 80% 이상이라고 한다면 부가보험료를 그렇게 올리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화 이후 보험료가 많이 올랐다기 보다는 그동안 손실이 났던 부분들이 반영된 것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국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가는 양상인데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안정장치를 모두 풀어 당국으로서도 차후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손실을 메꿀 적정보험료 수준이 어느정도에서 멈출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어렵다. 이후 경쟁이 본격화 될지 여부도 역시 미지수다. 다만 소비자들은 당분간 보험료 인상 폭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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