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손해보험사 해상보험 시장점유율(단위: %/ 1~11월 기준).[자료: 손해보험협회]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손해보험업계 1위사 삼성화재가 지난 2002년 이후 13년만에 해상보험 챔피언 벨트를 빼앗겼다.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선업의 장기 불황 여파가 해상보험시장의 지형까지 바꿔놓고 있다.

21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MG손보, NH농협손보 등 국내 10개 종합 손보사의 지난해 1~11월 원수보험료 기준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시장점유율은 23.01%(1428억원)로 현대해상 28.01%(1738억원)에 비해 5%포인트 낮았다.

해상보험은 선박 등의 운항이나 선박에 의한 화물 운송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선박 또는 화물의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보험 목적물에 따라 선박은 선박보험, 화물은 적하보험, 운임은 운임보험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삼성화재가 해상보험 시장점유율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앞선 2002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29.48%(1616억원), 현대해상 20.25%(1110억원)에 이어 19.08%(1046억원)로 3위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나머지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은 동부화재 14%(869억원), KB손보 12.99%(806억원), 메리츠화재 8.25%(512억원) 순으로 높았다.

전년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 29%(2025억원), 현대해상 23.9%(1669억원), 동부화재 13.89%(970억원), KB손보 13.53%(945억원), 메리츠화재 7.4%(517억원) 순이었다. 삼성화재의 원수보험료가 1년 사이 600억원 가까이 줄면서 시장점유율 역시 6%포인트가량 떨어져 다른 회사의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화재가 해상보험시장 1위 자리를 내준 데에는 조선·해운업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선박 건조량이 줄면서 관련 보험계약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사 손보사들과 달리 계열 분리 없이 삼성그룹에 속한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적하보험, 삼성중공업의 선박건조보험 발주에 힘입어 해상보험시장을 장악해왔다.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원수보험료는 2006년 이후 1500억원을 밑돈 적이 없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계속해서 2000억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수주 잔량 기준 세계 조선업계 빅(Big)3에서 탈락한 삼성중공업의 부진으로 삼성화재의 해상보험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020억원의 영업적자와 1조21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다른 손보사인 현대해상과 KB손보(옛 LG화재)는 1999년 각각 현대그룹,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됐고 메리츠화재는 2005년 한진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를 상대로 역전에 성공한 현대해상의 경우 계열 분리 이후에도 범현대가,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물건을 인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수출이 꾸준한 가운데 삼성화재에 비해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타격을 덜 받으면서 지난해 실적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메리츠화재는 항공과 물류, 해운 중심의 모그룹과 결별한 이후 관련 계약을 따내지 못해 해상보험 실적이 사실상 답보 상태다. KB손보는 지난해 KB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LG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겨 동부화재에 밀리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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