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축소로 대체 수익원 적극 발굴

지난해 벤처펀드 설정액만 1950억엔 기록

일본 벤처펀드가 급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난해에만 52개의 벤처펀드가 설립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일본의 벤처펀드 설정액은 전년대비 44% 증가한 1950억엔(2조원)으로 집계됐으며 2016년 2월에도 3억엔(약 33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벤처기업 수가 14개사를 기록하며 전년 수준을 상회했다.

일본 벤처투자 펀드가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등 금융사들이 자금을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고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대출로는 적정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운 일본 금융사들이 벤처펀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1월 일본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대해 마이너스(-0.1%) 금리를 채택한 바 있다”며 “따라서 일본 금융사들은 전통적인 업무 이외의 수익원 확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벤처 투자 등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투자를 다양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가 경쟁력 있는 미래 금융산업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기술에 투자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유명대학을 중심으로 유망 벤처기업 설립이 확대된 점도 일본의 벤처펀드 활성화에 기여했다. 도쿄대, 교토대 등 대학을 중심으로 바이오, 제약, 로봇 등 신사업 유망 벤처기업들이 대거 설립됐으며 이에 대한 투자기회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도쿄대에는 벤처기업만 20개가 넘었으며 이들의 기업가치는 1조엔을 돌파했다.

일본대학들이 벤처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부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교토대는 올해 신약 등 바이오에 투자하는 160억엔 규모의 벤처캐피탈 설립을 준비 중이며, 도쿄대도 수백억엔 규모로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기술창업 기업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벤처투자가 늘고 있어 지난해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증가세다.

2016년 1~2월 신규 벤처투자액은 2525억원으로 전년비 1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액도 5096억원으로 전년대비 161% 급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들어선 국내금융사도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벤처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은행의 벤처펀드 조성 관련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어서 벤처펀드 조성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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