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산·부채 시가평가로 전환 ‘RBC 변경안’ 발표

한 계약 당 세부 담보별로 분리해 미래 현금흐름 산출
패키지보험이 다수 “분리작업 현실적으로 어렵다” 토로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 자산과 부채를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RBC) 변경안을 발표했다.

RBC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순자산을 쌓도록 한 자기자본 규제 제도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총리스크(요구자본)로 나눠 산출된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신 지급여력제도’ 도입계획을 밝히고 우선적으로 가용자본 변경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기본적으로 유럽 솔벤시2(SolvencyII)를 벤치마크 해 보험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2020년 시행될 전망이다.

IFRS4 2단계 및 IFRS9 도입으로 일반회계 기준이 보험 자산 및 부채를 시가평가 하고 각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면서 국제기준의 정합성 확보 및 이를 기반으로 건전성 지표인 RBC를 산출했던 감독제도의 기준변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IFRS4 2단계는 큰 틀 안에서 각사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간 비교가능성을 필요로 하는 건전성 제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위해 우선 하나의 계약을 담보별로 분리해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각 계약을 담보별로 쪼개 실적 및 미래현금흐름을 산출·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국내 보험상품은 하나의 주계약에 여러 특약 담보가 합쳐진 패키지 형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계약을 쪼개 다시 관리하는 형태로 재가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기술적으로 담보별 분리가 불가능한 경우 생보상품은 △사망 △건강 △연금(저축) △기타로,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상해 △질병 △재물 △연금(저축) △기타의 ‘대표위험’으로 통합해 산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개 보험계약(주계약 1개 + 특약 10개)이 서로 다른 6개의 담보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 이를 6개 담보로 분리해 현금흐름을 산출해야 한다.

금감원 보험리스크업무팀 박진해 팀장은 “담보별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고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담보를 통합해 위험률 가정을 산출시 통합 단위에서 서로 다른 위험이 상쇄돼 부채 평가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감원은 부채를 시가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할인율 산정 방식을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더해 책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고채 금리 수준이 2% 중후반인 점을 가만하면 보험사들이 적용중인 할인율(3% 후반~4% 초반)과 비교해 1%포인트 정도 낮아져 보험사의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새로운 기준들에 대해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상품은 담보가 하나인 게 거의 없고 특약만 수십, 수백개인 상품도 있는데 이를 담보별로 분리해 현금흐름으로 추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론상으로는 담보별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맞지만, 담보별로 분리하는 작업 자체가 너무 방대해 이를 전산화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알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협의안 내용에 대한 각사의 의견도 갈리는데다 기존 IFRS4 2단계 도입을 위한 시가평가 방법과도 차이가 있어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할인율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 부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할인율을 국고채 20년물을 기준으로 한다는데, 최근에는 20년물의 거래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적절한 무위험 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값이 맞는 것인지 또한 이에 반영하는 유동성 프리미엄에 대한 적절성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가용자본에 대한 업계의 의견수렴과 함께 5~6월경 요구자본에 대한 새 산정 방식을 추가로 발표해 상반기 내 새로운 건전성 제도를 구체화 할 방침이다.

시범평가 및 전 보험사 대상 영향평가를 거친 후 최종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와의 의견수렴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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