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세뱃돈, 모바일지갑 서비스 활성화

▲ 지난 20일 싱가포르 통화청(MAS) 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난 ABS, UOB 관계자들이 싱가포르 결제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싱가포르, 김민수 기자>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가 현금이 필요 없는 ‘캐시리스(cashless) 사회’를 추진 중이다.

지난 20일 싱가포르 통화청(MAS) 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난 UOB 지급결제부문 담당 추완심(Choo Wan Sim) 전무이사는 “싱가포르는 1인당 6.5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며 “최근 싱가포르는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되면 운영비용 절감은 물론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카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비현금화 수준은 69%로 현금 없는 사회 진입 이전 단계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해당한다.

캐시리스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최근 타르만 샨무가라트남(Tharman Shanmugaratnam) 싱가포르 부총리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선 핀테크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 핀테크 부문에 5년간 2억2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정부와 금융기관은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거래의 75%를 홍채나 정맥 등으로 인식하는 바이오메트릭 기술로 대체하고, 모바일월렛 사용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싱가포르 모바일월렛 시장은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등장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애플페이가 UOB, DBS, SC 등과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삼성페이도 올 2분기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정부 및 금융기관은 인구의 74%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구정 설마다 빨간 봉투에 세뱃돈 넣은 일명 ‘홍빠오(紅包)’를 주는 것에 착안해, 모바일로 세벳돈을 주는 ‘E홍빠오’ 서비스를 올해 도입했다. 또 싱가포르 전 지역에 통행료 자동납부 시스템(EPR)을 설치해 차량에 부착된 단말기에 삽입된 캐시카드를 이용해 통행료를 납부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UOB 추완심 전무이사는 “은행에서 현금 거래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2초가 드는 반면 단말기 접촉이 필요 없는 페이웨이브카드로 거래하면 8초가 걸린다.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는 셈”이라며 “만약 시간이 더 짧아지게 되면 실제 가게에서 대기하는 줄도 짧아지고 직원이나 고객 입장에서도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싱가포르 앞에 아직 걸림돌이 남아있다.

ABS 국제교류 담당 앨런 응(Allan Ng) 팀장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신용카드를 받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금만 받기도 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면 소상공인들이 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 조치가 어렵다. 이게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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