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말 생명·손해보험사 평균 RBC·유동성비율(단위: %/ 각 상위 8개사 기준).[자료: 각 사]

RBC·유동성 소유 요건 웃돌아
자산운용사 주관 LP 투자 선호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대한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내놓은 투자형 자회사 소유 요건 폐지안이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생색내기용 당근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관리와 물건 확보에 부담을 느끼는 보험사들은 오히려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기존 투자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투자형 자회사 소유 요건 폐지 내용을 포함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규정 변경을 25일 예고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보험사는 벤처캐피탈(VC),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등을 별도의 제한 기준 없이 소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출자액 전액 부실화 가정 시에도 지급여력(RBC)비율 150%, 유동성비율 100% 이상 등의 요건에 따라 소유가 제한됐다.

RBC비율은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미만 유동성자산 대비 직전 3개월 지급 보험금의 비율로, 유동성자산 보유 규모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그러나 이미 대다수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RBC비율, 유동성비율은 투자형 자회사 소유 요건을 크게 웃도는 상태다. 보험사들이 그동안 투자형 자회사 설립에 나서지 않은 것은 해당 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도 대형사는 자회사 설립 요건인 출자액의 전액 상각을 감안했을 때 RBC비율 150%, 유동성비율 100%를 충족하고 있어서 금융위의 규제 완화에 따른 실익은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8개 생보사의 평균 RBC비율은 263.8%, 유동성비율은 292.8%였다. 상위 8개 손보사 역시 평균 RBC비율은 195.3%, 유동성비율은 167.5%였다.

총 16개 생·손보사 가운데 RBC비율이 기준치를 밑도는 곳은 144.4%에 머문 롯데손보 한 곳뿐이다.

RBC비율의 경우 각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336.5%, 350.4%로 가장 높았다. 유동성비율은 미래에셋생명이 411.6%, 롯데손보가 299.1%로 각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머지 생보사의 RBC비율은 ING생명(324.9%), 한화생명(277%), 미래에셋생명(261.3%), 교보생명(259.9%), 동양생명(239.2%), NH농협생명(207.4%), 신한생명(204.2%)이 뒤를 이었다. 손보사는 동부화재(210.9%), 메리츠화재(199.3%), 현대해상(171.2%), KB손보(170.2 %), 한화손보(165%), 흥국화재(150.9%) 순으로 RBC비율이 높았다.

생보사의 유동성비율은 농협생명(385.8%), 동양생명(314.9%)도 300%를 넘었고 ING생명(292%), 신한생명(244.4%), 삼성생명(232.8%), 교보생명(230.8%), 한화생명(229.9%)은 200% 이상이었다. 손보사의 유동성비율도 메리츠화재(188.5%), 현대해상(187.4%), 흥국화재(176%), KB손보(124%), 한화손보(121.9%), 동부화재(121.8%), 삼성화재(120.9%) 순으로 모두 100%를 넘겼다.

출자액이 전액 부실화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부분의 보험사는 이를 감내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같이 지표가 기준치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보험사들이 투자형 자회사 설립에 나서지 않는 것은 굳이 별도의 회사를 세워 운영이나 관리상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단순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쪽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보험사들은 최근 사회간접자본(SOC)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투자형 자회사를 둘 경우 회사 경영에 따른 관리 이슈와 지속적인 물건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자산운용사 주관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LP 방식을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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