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준제시 없이 불안감만 조장, 실제 부실화 가능성 낮아”

당국, 규제보다 ‘내부통제’ 방점…위험 높은 증권사는 현정점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IMF와 같은 위기상황이 도래하지 않는 한 큰 위험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증권업계는 제대로 된 위험발생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위험성만 강조되면서 외려 시장경색 및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는 채무보증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해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PF 매입보장 약정이 62%로 쏠려있어 부동산 등 시장여건 악화 시 대규모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 우발채무 비중 1위 메리츠…실질 위험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24조2000억원으로 2013년 3월말(11조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도 52.6%로 19%포인트 증가했다.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주는 가운데 은행의 대출관리가 강화되면서 시공사의 신용보강 여력이 떨어진 건설사를 대신해 PF 채무보증 시장이 급속도로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00%를 상회하는 메리츠, 교보, HMC, 하이, IBK증권 등 5곳에 대한 리스크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확대를 이끈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규모가 5조1223억원(자기자본 대비 296%)으로 가장 높다.

그러나 공시상 중복으로 기입되는 대출중복분(PF대출과 미담확약)을 제외하고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실질잔액을 계산하면, 분양 잔금 회수율을 50%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적용한다고 해도 자기자본 대비 비율이 185%, 우발채무 규모는 3조279억원으로 낮아진다.

더욱이 메리츠종금은 여타 증권사와 달리 종금업 라이센스를 가진 여신기관이라는 점에서 평가기준도 달리해야 한다. NCR(순자본비율)에 영향을 주는 여신업무가 기본적으로 금지된 증권사와 달리 종금사(여신기관)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오히려 은행을 비롯한 주요 여신기관 대비 낮은 레버리지 비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NCR상 대출확약 및 우발채무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도 보다 안전한 선순위 투자가 가능해 담보가치 대비 평균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44.6% 수준에 이른다. 부동산 자산가치가 절반 이상 떨어져도 안전하다는 얘기다.

메리츠종금 심사분석1팀 백득균 팀장은 “IMF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KB) 하락률을 봐도 전국적으로 15.1%, 지역별로 봐도 25% 정도가 최대 수준이었으며 리만사태 때는 전국 하락률이 5~10% 수준이었다”며 “IMF 수준의 타격을 감안해도 실제 손실액은 5조원이 아니라 492억원 규모로 자기자본(1조7306억원) 대비 2.8%의 미미한 수준이며, 연간 우발채무 실행 예상액(8000억원) 대비 유동성(1년 내 조달 가능 금액)도 2.5배 수준인 2조45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기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 등 시장상황에 따라 자연적으로 규모도 감소하고 있어 1분기 우발채무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장의 우려도 알지만 리스크의 질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율이나 수치에 기대 너무 막연하게 위험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당국, 위험상황별 리스크 점검…개별회사 뜯어본다

금융당국 역시 실질적인 위험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당초 우발채무에 대한 스테레스테스트를 통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에서 자체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장준경 국장은 “증권사들의 우발채무와 관련해 큰 그림에서 규제보다는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리츠를 제외한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종금의 장점이 반영되지 않아 후순위 투자가 많고 위험이 낮은 미담확약(미분양담보대출확액)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감원은 현재 각 증권사들이 제출한 수치를 토대로 여러 위험상황을 감안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테스트 결과를 통해 위험수준이 높은 회사들을 중심으로 개별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국 서규영 부국장은 “충당금을 높이거나 NCR,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적용하는 등 여러 방법적인 논의가 있었으나 실제 우발채무 관련한 규제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다만 수치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현장점검을 통해 실제 위험수준이 높은지 혹은 위험을 회피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어 있는 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위험 발생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위험이 닥쳤을 경우 증권사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견딜 수 있는지를 위험상황별로 점검해 이를 사전에 대비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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