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무산되며 서로 다른 노선 선택
카카오 이름만 빌려 쓴 ‘한투은행’으로 봐야

 
카카오와 한국카카오뱅크(이하 카카오뱅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카카오 내부적으로 카카오뱅크를 사실상 카카오의 이름만 빌려 쓴 ‘한투은행’으로 인식하고 서로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분위기다.

카카오의 플랫폼을 이용해 인터넷은행 사업의 시너지를 낸다거나 ICT와 금융서비스를 융합시켜 동반 성장하겠다는 말은 이제 카카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와 카카오뱅크는 처음부터 법인이 다른 별개의 회사였으며 앞으로도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과 카카오뱅크의 사업은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년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위해 발벗고 나섰던 카카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늘 출시된 카카오톡 송금서비스도 카카오뱅크와는 무관하게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과 제휴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 카카오의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중인 850만 가입자는 카카오의 고객이지 카카오뱅크의 고객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융위원회는 어제 열린 정례회의에서 카카오뱅크의 가교법인인 한국카카오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54%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카카오뱅크를 통해 은행을 보유한 거대 금융지주로 등극하게 됐다. 은행업 영위를 조건으로 한국투자금융의 최대주주인 김남구 부회장의 주식한도 초과보유(21.37%) 승인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업계는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에 선을 긋기 시작하는 모습에 다양한 우려와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시스템의 혁신성과 4000만명이 넘는 가입자 수에 따른 인터넷은행의 파급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뱅크가 서로 다른 노선을 걷게 된다면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카카오뱅크만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긴 힘들다"라며 "카카오의 이름을 믿고 카카오뱅크에 출자한 회사 또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다음의 미묘한 주도권 다툼도 카카오가 인터넷은행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다음 출신인 윤호영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국내 최초로 온라인 보험사업을 이끌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될 당시 이질적인 기업 문화가 부딪치며 상당수의 카카오 직원이 회사를 나가는 내홍을 겪기도 했다.

카카오와 다른 노선을 걷게 될 카카오뱅크에 부정적인 우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최대 인터넷은행인 찰스슈왑뱅크(Charles Schwab Bank)는 모회사인 증권사의 고객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해 수익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카카오의 가입자는 금융고객에 비해 충성도가 낮은 반면 한국투자금융과 같은 금융투자회사는 인터넷은행과 함께 갈 경우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증권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해외 인터넷은행의 성공사례를 잘 벤치마킹 한다면 카카오와 함께 가는 것보다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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