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계좌’ 다수. 계좌이동도 많지 않아 “기대감 제로”

분리과세 원하는 ‘종합소득과세자’ 가입 규제 풀어야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수익률 공시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운용력을 내세운 증권업계의 ‘역전’이 기대됐으나, 사실상 반전은 없을 전망이다.

판매된 지 3개월만에 이루어지는 공시로 운용기간이 짧은데다, 최근 시장도 좋지 않아 은행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증권사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한 정도’라는 입장이어서 은행에 쏠린 수요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전체 가입자 중 93%가 신탁형으로 일임형은 7%도 채 되지 않아 ‘계좌이동제’ 도입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나지 않은 수준으로 단기 수익률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일임형에 가입된 규모 자체가 작아 수익률 차이가 없을 경우 굳이 거래처를 바꿀 사람도 없는데다, 유의미한 수익률을 보려면 3~5년은 있어야 해 수익률 비교를 통한 계좌이동은 아직까지 먼 얘기”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ISA 누적 가입률은 출시 두달여 만에 200만6000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가입금액 1조6662억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계좌당 가입금액을 따져보면 평균 8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업권별로 따지면 금액차이는 더 크다. 전체 가입자의 90%를 차지하는 은행권의 경우 신탁형의 누적가입자 수는 169만5145명, 가입금액은 1조370억원으로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이 61만원이다. 일임형의 경우에도 90만원(가입자수 10만4286명, 94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은 신탁형 299만원(가입자 17만75명, 가입금액 5088억원), 일임형 68만원(3만5902명, 247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ISA의 연간 납입한도가 2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가입금액 1000만원 이상 계좌는 2%도 되지 않는 반면 1만원 이하의 이른바 ‘깡통계좌’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초반흥행을 강조한 당국의 밀어붙이기식 도입과 외형경쟁에 치중한 금융사의 합작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외형성장을 막고 수익률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며 분기별 수익률을 비교공시하고 계좌이동제를 도입해, 추가자금 유입으로 깡통계좌를 줄이고 신규수요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와의 협의를 통해 도입 3개월 시점인 6월 말부터 비교공시 사이트에 판매한지 3개월이 지난 상품들을 순차적으로 공시할 방침이다. 첫 3개월 공시 이후는 매달 수익률이 공시되며,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률과 제외하지 않은 수익률 등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해 비교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안창국 과장은 “비교가능성이 높고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공시 내용을 확대할 것”이라며 “기존 가입자의 경우 본인의 수익률과 비교해 볼 수 있고, 운용사들도 서로 비교를 통해 운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실상 ISA 자체에 대한 별다른 기대감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언론과 당국에서는 ISA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처럼 이야기 되지만 사실상 고객도, 증권사들도 ISA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 고객인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소득공제가 되는 연금저축이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 우선순위에 넣는 금액만도 빠듯한데다 300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한 해외비과세펀드도 있어 사실상 추가적으로 ISA에 납입여력이 남아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며 “깡통계좌가 난립하는 게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재산형성이라는 취지아래 ‘만능통장’으로 주목받으며 도입됐지만 ISA 제도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입제한을 두지 말고 실질적인 가입여력이 있는 종합소득과세자를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액 자체가 적다보니 운용을 통한 수익률도 큰 의미가 없다”며 “실제 분리과세 니즈가 있는 종합소득과세자를 대상에 포함시켜야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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