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도입 대비 보장성과 결합…건강에 연금기능 더해

대면채널 없는 은행계 보험사들의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저축성보험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방카슈랑스 채널 중심의 은행계 중소 생보사들이 질병을 보장하는 건강보험(보장성)에 저축성보험 기능을 결합, 보험료 납입이 끝난 후 연금처럼 돌려주는(페이백 기능) 하이브리드형 상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낸 보험료를 연금처럼 그대로 돌려받으면서 100세까지 주요 질병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연금에 보장을 끼워주는 느낌으로 초저금리 시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저축성보험의 진화된 형태로 보이지만 사실상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는 은행계 보험사들이 생존을 위해 찾은 획기적인 마케팅 전법이다.

2020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 도입 시 저축성보험은 계약 순간부터 부채로 인식된다. 과거 보험사 몸집불리기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저축성보험이 한순간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 저축성보험 판매의 대부분을 담당해온 방카슈랑스 채널 축소 역시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사 채널 기반이 약하고 방카슈랑스 채널을 기반으로 한 일부 중소 은행계 보험사들은 지주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IFRS 도입 부담에도 무조건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일 수 없다. 매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있지만 방카 채널에선 종신보험 판매가 불가능한데다, 그나마 보장성보험(제3보험) 판매도 초회보험료 기준 전채 판매비중의 1% 내외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이브리드형 상품의 출현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돌파구로 풀이된다. 2014년 말 이러한 상품을 최초 출시한 하나생명의 ‘(무)행복knowhow Top3 건강보험’은 지난 4월말 기준 누적 판매건수 1만1160건을 기록, 월납초회보험료 기준 21억43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보장성이 포함됐기 때문에 일반 저축성보험이나 순수 보장성보험에 비해 납입보험료 수준이 높다. 단순 건당 보험료를 따져봐도 일반 종신보험에 버금가는 건당 20만원대 수준이다. 실제 이 상품은 35세 남성이 100세만기로 보험가입금액 2000만원, 20년납에 가입할 경우 순수보장형은 17만원대, 연금을 보장받을 경우 50만원대에 이른다.

저금리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운용자산의 크기를 키워야하는 보험사로서도 건수 대비 보험료 규모가 크고, 일반 저축성에 비해 수수료도 높아 1석 2조인 셈이다. 더욱이 평소 보장성보험 판매가 부진한 은행으로서도 저축성보험 대비 수수료가 높아 예대마진 감소에 따른 수익 확보 니즈와도 맞아 떨어졌다.

이에 신한생명을 비롯한 KDB생명, DGB생명 등 은행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비슷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하나생명의 경우 이달 주요 질병 대신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간병이 필요한 질병을 보장하는 간병보험도 새롭게 출시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경우 100세까지 보장되기 때문에 자녀를 피보험자로 가입시키고 납입이 끝나면 본인의 건강자금으로 활용 하는 등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비슷한 구조의 간병보험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상품개발 담당 관계자는 “저축에 보장, 페이백 기능을 접한 상품들이 방카채널에 한정해 트랜드화 되고 있다”며 “은행 쪽에서 밀어준 탓도 있지만 방카는 전통적으로 보장성이 팔리지 않는 시장인데 많이 팔리면서 상대적으로 대면 채널이 부족한 은행계, 중소보험사들이 이같은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IFRS 도입에 따른 저축성보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영향이 크며, 금리연동이 아니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에서 준비금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대면채널을 가진 보험사들은 차선이 아닌 최선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KB생명 관계자는 “시장에서 검증된 경우 출시를 검토해볼만한 상품이지만 현재는 설계사, GA 채널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특히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카 쪽에서 반응이 좋아 상품을 내놨지만 생각했던 만큼의 효과는 없었다”며 “일부 은행계의 경우 계열사 상품 밀어주기로 실적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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