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역삼동 KB손해보험 본사.[사진제공: KB손해보험]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KB손해보험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손해율이 높은 하이브리드·액화석유가스(LPG)차량의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유차를 줄이고 친환경차를 늘리겠다고 나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과 역행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차량의 엔진 및 연료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량의 엔진에 따라 주입되는 연료별로 손해율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손해율이 높은 연료의 차는 보험료를 올리고, 낮은 연료의 차는 보험료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엔진별 손해율은 하이브리드 92.7%, LPG 83.5%, 디젤(경유) 81.9%, 가솔린(휘발유) 79.2% 순으로 높았다.

연료를 기준으로 휘발유차에 비해 손해율이 높은 하이브리드차와 LPG차의 보험료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손해율이 90%를 웃도는 하이브리드차의 보험료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책정된다.

다만, 하이브리드차와 LPG차가 전체 차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수입보험료 기준 각각 0.9%, 4%로 합산 5% 수준으로 10대 중 1대 꼴에도 미지치 못해 보험료 인상에 따른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 때 연료 가격 인상 논란이 불거졌던 경유차의 경우 휘발유차와의 손해율 격차가 크지 않아 보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경유차는 휘발유차와의 손해율 격차 1~2% 수준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며 “이 때문에 일부 손보사의 경우 경유차와 휘발유차를 하나로 묶어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떤 엔진을 쓰느냐에 따라 사고 발생 시 부품 값이 다르기 때문에 손해율에 차이가 나는 것인데 경유차는 휘발유차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낮고, 인상되더라도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KB손보의 이 같은 자동차보험료 정책은 정부가 3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이어서 실제 가격 조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2005년 제작된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지원해 2019년까지 모두 폐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폐차된 경유차는 친환경차로 대체토록 유도해 현재 17만4000대인 친환경차를 2020년 150만대까지 늘린다. 이를 통해 판매 신차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2.6%에서 3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KB손보의 보험료 조정 방안은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하이브리드차나 LPG차의 보험료는 올리고 다량의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경유차나 휘발유차의 보험료는 유지하거나 인하하겠다는 것이어서 정부 정책과 반대된다.

하이브리드차나 LPG차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운전자들이 경유차나 휘발유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 동일한 방식의 자동차보험료 조정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다른 손보사들은 현재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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