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무시하면 혁신은 ‘무용지물’

“핀테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핀테크 전문가들은 핀테크 혁신은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전략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월드핀테크포럼에서 연사로 참여한 글로벌 핀테크 전문가들은 핀테크의 미래를 논하는 패널토론 자리에서 “핀테크 혁신을 위해 반드시 모든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회사가 전통 금융회사와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일한 서비스를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비용절감'에 있다.

프랑스 글로벌금융그룹 BNP파리바의 모바일은행 ‘헬로뱅크’는 혁신에 앞서 비용절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BNP파리바는 헬로뱅크 설립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과 전략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기존의 인프라와 전략을 활용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고객에게 보이는 프런트 부분은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뒷단에서는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BNP파리바의 순이익에서 헬로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은행고객 중 헬로뱅크 고객은 40%에 달한다.

로보어드바이저 또한 인간을 대체하는 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아닌 인간을 지원하는 보조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패널들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간 어드바이저를 지원해 그들의 역량을 높여주는 기술”이라며 “고차원적인 투자자문을 요구하는 은행 프라이빗뱅킹의 경우 인간 PB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더 발전된 재무설계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공룡기업의 금융업 진출도 예견했다.

그들은 전세계 IT시장의 갑파라 할 수 있는 구글, 애플, 아마존이 미래의 핀테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특히 애플의 금융업 진출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

현재 애플의 핀테크 서비스는 애플페이 정도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거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애플에게 자본집약적 산업인 뱅킹 산업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처이기 때문이다.

월드핀테크포럼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20개국 35명의 글로벌 연사들은 ‘핀테크는 유(有)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새로운 유(有)’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핀테크시장 전문가는 “한국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것이 아닌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 그들이 뚫고 갈 수 있는 시장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라며 “그들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다면 법 개정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핀테크에서 파생된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앞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과 창조’라는 실체 없는 허상에 사로잡혀 ‘진짜’ 시장에는 한발 짝도 디디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