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2015년 대형 손보사 주주 배당금 및 직원 급여 증감률(단위: %).[자료: 각 사 사업보고서]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순이익이 몇 천억원이고 얼마나 늘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일하는 직원들한테 돌아오는 게 아니라 주식을 가진 주주들한테 돌아가는 거니까요.”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결산 실적 발표 시즌이 돌아오면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이 같이 입을 모은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가 국내에도 뿌리내리면서 기업들은 앞 다퉈 주주가치 제고와 배당 극대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이익 실현을 위해 땀 흘린 직원, 즉 피고용자는 나가는 돈을 아껴 주주의 몫을 늘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일쑤다.

국내 시장 포화에 따른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매년 각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대형 보험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7일 각 보험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국내 상위 5개 상장 손보사의 지난해 주식 1주당 현금 배당금은 평균 1684원으로 전년 1516원에 비해 168원(11.08%)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배당금은 380원에서 570원으로 190원(50%)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삼성화재는 4500원에서 5150원으로 650원(14.44%), 동부화재는 1450원에서 1550원으로 100원(6.9%) 배당금이 늘었다.

현대해상의 배당금은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750원이었고, KB손보의 배당금은 500원에서 400원으로 유일하게 100원(20%) 감소했다.

해당 기간 이들 손보사의 연결 지배지분 기준 합산 순이익은 1조7168억원에서 1조7750억원으로 582억원(3.3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 창출과 그에 따른 배당 확대에 기여한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오히려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배당금 증가폭에 미치지 못했다. 주주를 기업의 주인으로 규정하고 주주의 만족, 즉 배당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줄이는 주주 자본주의 전형적인 형태다.

5개 대형 손보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급여는 평균 7397만원으로 전년 7428만원에 비해 31만원(0.41%) 감소했다.

특히 2003년 이후 13년만에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간 현대해상의 급여는 82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800만원(9.76%)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3일부터 오는 13일까지 16년 이상 근속자와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순이익이 2350억원에서 2123억원으로 227억원(9.66%) 줄었음에도 배당금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던 것과 대조적인 인건비 절감 정책이다.

배당금을 늘린 메리츠화재의 직원 급여 역시 7043만원에서 6899만원으로 144만원(2.04%) 감소했다. 이 기간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1145억원에서 1685억원에서 540억원(47.16%) 증가했다.

이 밖에 삼성화재 직원 급여는 9150만원에서 9334만원으로 184만원(2.01%) 늘어 증가폭이 배당금 증가폭보다 작았고, 동부화재 직원 급여는 5528만원에서 5910만원으로 382만원(6.91%) 늘어 배당금 증가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