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위 “과잉 도수치료 실손보험금 지급 안돼” 첫 결론

과잉진료 방지 아닌 소비자 타깃…알맹이 빠진 미봉책 지적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감독원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주범으로 인식되는 ‘도수치료’에 제동을 걸었다. 과잉 도수치료에 대해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첫 분쟁조정 결과를 내 놓은 것. 그러나 실제 제동이 걸릴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도수치료는 그동안 보험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고 정해진 수가가 없어 대학병원의 경우 비용이 7000원에서 최대 4만1000원인데 반해, 일부 중소형병원 등에서는 15만원에서 최대 3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어 과잉진료로 실손보험료 급등의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금감원 분쟁위는 주 2~3회, 평균 12회까지의 도수치료는 통증완화를 위한 치료로 볼 수 있지만 △객관적인 검사결과가 없는 질병 진단으로 △상태에 대한 호전여부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된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례별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지만 의사의 명확한 진단과 치료 효과에 대한 의사소견이 있어야 한다는 것. A(40대 ,女)씨는 경추통·경추염좌 진단으로 지난해 8월~10월6일까지 19회(99만7700원)에 걸친 도수치료비를 실손보험을 청구해 받았다. 그러나 10월7일부터 12월까지 22회(247만6000원)의 도수치료를 추가로 청구한데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받지 못했다. 이 기간동안 병원은 도수치료비를 6만원에서 8만원, 이후 15만원까지 올렸다.

당국 결정인 만큼 향후 도수치료(맨손으로 근융 등을 만지는 통증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 기준점이 될 것이지만 단일 사례인데다 기준이 다소 모호해, 오히려 이를 확대 해석하는 등 보험금 지급 거절의 빌미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더욱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의료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보험금 지급 거절로 소비자에게 실손보험금을 무조건 받을 수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과잉진료를 막겠다는 처방이 내려짐에 따라 알맹이 빠진 해결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문제는 지난달 범정부부처 및 기관들이 모여 발족한 실손보험 개선 TF에서 논의될 것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러한 결정은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실손보험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일부 의료계의 과잉진료 행태인데, 그동안 여러 문제점 지적에도 의료계 반발로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이번 분쟁조정 결과가 도수치료를 ‘과잉진료’로 봤다는 상징적인 부분은 될 수 있겠지만 실제 과잉진료를 줄이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으로 조사를 나가거나 소송으로 가는 단계에서 증언에 대한 서명을 요구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중간에 말을 바꾼다”며 “반드시 필요한 치료가 아닌 완화적 치료라고 인정하면 보허금 지급이 안돼 의사의 처방에 따른 일부 소비자들은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MRI 등 고가의 검사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도수치료가 필요하다는 명확한 진단기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못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도수치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과다한 처방이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실 홍장희 팀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의료계의 과잉진료를 막는 것이지만 보험금 지급 분쟁에 있어 의사의 경우 조정의 당사자(보험가입자-보험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정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병원에서는 손해볼 게 없어 사실상 딜레마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가 모든 케이스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보험금 지급 기준이 아예 없었던 만큼 일부 기준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실손보험 여부를 묻고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하는 행태에 대해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일종의 각인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팀장은 “보험사가 이번 결정을 악용할 수 없도록 실무과정에서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명확한 프로세스를 제시토록 할 것이며, 입증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제 3의료기관의 판단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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