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상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 배타적 사용권 신청 일지.[자료: 현대해상]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 기각 결정
단순 요율 조정은 불인정 재확인

KB손보서 이미 유사 특약 판매중
첫 심의 이후 업계 심의위원 교체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특약을 앞세워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재도전한 현대해상이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제로섬(Zero-sum)’ 형태의 자동차보험 요율 구조상 특정 계층에 대한 요율 조정은 배타적 사용권 부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업계 통념에 따라 결과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신시장 개척이나 소비자 권익 강화와 무관한 단순 요율 조정은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경쟁사인 KB손해보험이 이미 유사 특약을 출시했고, 첫 심의 이후 업계측 심의위원 2명이 교체된 점도 재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이날 오전 현대해상의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 배타적 사용권 신청안을 재심의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특약을 출시한 현대해상은 곧바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으나 이달 7일 한 차례 기각됐고, 10일 재심의를 신청했다.

이 특약은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7%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 특약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운전자일수록 안전운전을 하는 경향이 높다는 어린이보험과 자동차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발했다.

현대해상은 △독창성(업계 최초 신규 위험구분단위 개발·업계 최초 자동차보험 및 장기보험 빅데이터 결합) △진보성(국내에 없던 새로운 할인 개념 도입·사고 위험도 측정을 위한 다변량 분석) △유용성(소비자 편익 및 다양성 제고·회사 수익성 제고 및 이미지 강화) △노력도 등을 배타적 사용권 신청 사유로 제시했다.

재심의 이전부터 손보업계 안팎에서는 독창성을 인정받기 힘든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해당 특약이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동안 KB손보의 대중교통 할인 특약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특약이 문턱을 넘지 못한 데에는 요율 조정은 배타적 사용권 부여 대상이 아니라는 일반론이 작용했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켜고 일정 거리를 주행하면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동부화재의 ‘스마트(smarT)-UBI 안전운전 특약’ 역시 특정 고객층의 요율을 조정한 것일 뿐이어서 앞서 이례적으로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신상품심의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고위 관계자는 재심의를 앞두고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자녀 할인 특약은 단순히 특정 고객층의 요율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장기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은 특정 계층의 요율을 내리면 다른 계층의 요율을 올려 전체 합계를 유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독창적 상품에 부여하는 배타적 사용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특히 “배타적 사용권은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소비자 권익을 강화한 독창적 상품에 부여하는 것인데 자동차보험 요율 조정은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일종의 눈가림이기 때문에 권한을 따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상품심의위는 다른 대형사인 KB손보가 이미 유사한 특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KB손보는 현대해상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 기각 다음 날인 지난 8일 동일한 연령대 자녀를 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동일한 비율로 할인해주는 유사 특약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사실상 같은 특약을 다른 회사가 출시한 상황에서 배타적 사용권 부여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확산됐다. 현대해상 특약에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할 경우 KB손보는 이미 출시한 특약의 판매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현대해상 특약에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KB손보의 상품 베끼기 논란과 얽혀 다양한 시나리오를 양산했다.

이와 함께 첫 심의와 재심의에 참여한 업계측 신상품심의위원 2명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에는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일반보험 등 3대 종목별로 각각 다른 업계 심의위원 2명이 참여한다. 대형사 1명, 중소형사 1명의 해당 종목 상품 담당 임원이 6개월 주기로 돌아가며 심의위원직을 맡는다.

자동차보험의 경우에도 상반기 심의위원 위촉 기간이 끝나 현대해상 특약에 대한 첫 심의 이후인 이달 15일 심의위원이 바뀌었다.

최초 심의 당시 신청이 기각되긴 했지만 심의위원들의 전반적인 반응이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새롭게 위촉된 업계 심의위원이 재심의 결과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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