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조선‧해운업 리스크관리 실패로 부실위험에 처한 농협은행이 올해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2일 ‘조선·해운 등 최근 농협은행 경영현황에 대한 이해자료’를 통해 올해 총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충당금 규모(1조3000억원)보다 약 30%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1조3000억원, 하반기 4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상반기 충당금은 정상으로 분류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하향조정하는 것을 감안한 대규모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예년 상반기 충당금 규모가 보통 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봤을 때 사실상 빅배스를 연도 중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대규모 충당금의 원인이 된 조선·해운업 여신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 해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공공성이 강해, 다른 시중은행이 조선·해운업에 대한 여신을 털고 나갈 때 해당 산업이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며 “국책은행과 함께 조선·해운업에 대해 지속 지원했고 이에 따른 충당금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충당금 적립과 상반기 적자에도 농협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6월 말 BIS비율이 14.0%,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97%라고 밝혔으며, 2016년 말 BIS비율 14.1%, 고정이하여신비율 1.60%를 예상했다. 이는 금감원 양호등급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무디즈(A1), S&P(A), 피치(A-)]에서도 시중은행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부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고 부실채권을 정리하면 오히려 재무 건전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 장기 전망등급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농협은행은 고정이하여신과 조선·해운업 익스포저도 크게 줄일 계획이다.

농협은행의 6월 말 기준 고정이하 금액은 3조7000억원, 조선·해운업 익스포져는 6조2000억원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말까지 고정이하 금액 3조원, 조선·해운업 익스포져는 4조9000억원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여신 부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기경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산업분석·여신심사·감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도 정비했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올해 안에 경영 실적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핵심 경영지표는 양호하고 소폭의 흑자 결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흑자 결산과 금융지주 내 다른 계열사 수익을 통해 지역 농·축협에 대한 배당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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