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거래량 500억불 상회…시장 과반 점유

종금업 기반 영향, 규제완화로 시장 확대 기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최근 새로운 수익원으로 외환(FX, foreign exchange)시장에 대한 금융투자회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이 FX스팟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은 올해 5월까지 서울외국환중개서비스를 통한 원-달러 스팟 거래량이 496억달러, 한국외국환거래서비스를 통한 거래량은 14억달러로 총 511억달러, 한화 약 60조원에 달하는 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증권사 원-달러 FX스팟 거래량의 54.6%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체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의 이 같은 선점은 여타 증권사와 달리 종금(종합금융회사)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및 신탁회사의 경우 증권매매, 파생상품매매, 기업금융 관련 환전 등 외국환업무가 극히 제한돼 왔던 것과 달리 종금사의 경우 예금 이외 모든 업무가 가능해 외환시장에서 일찍부터 입지를 다져온 결과다.

현재는 종금 라이선스가 소멸됐지만 NH투자증권도 과거 LG종금과의 인수합병으로 2000년대 이전부터 외환거래를 시작해 인터뱅크 거래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의 FX스팟 원-달러 거래량은 294억달러, 우리 돈 33조원 수준으로 메리츠종금에 이어 2위(거래량 비중 31.4%)를 기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증권사 중 유일하게 서울외환시장협의회에 등록돼 있는데, 서울외환시장협의회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FX 거래량이 일정 수준 이상 지속해야하기 때문에 스팟 거래량을 포함, 전체 증권사의 FX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NH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환거래 시장, 특히 스팟 거래의 경우 ‘크레딧 라인’ 구축이 가장 중요한 만큼 과거 업력을 통해 신용도를 쌓아온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부가 지난 3월 외환거래법 규제를 완화하면서 여타 증권사들도 외화예금 및 지급·수령을 제외한 외국환업무가 가능해져 한국투자증권(72억달러), 삼성증권(33억달러), 미래에셋대우(24억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작단계여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종금사를 제외한 증권사들의 외환거래가 제한돼 왔던 만큼 전체 외환시장에서 보면 증권사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루 100억달러가 거래되는 원-달러 FX스팟 거래 시장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5% 남짓 수준이다. 오랜 기간 은행에 외환업무가 집중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증권사인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중심으로 은행의 외환동시결제서비스인 CLS(Continuous Lined Settlement)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자체 외환거래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외환시장 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규제완화로 증권사들의 외환시장 직접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뛰어드는 증권사들이 있는 만큼 금융투자회사의 외환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당국의 추가 규제완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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