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로 지출 줄이는 카드업계
소액 청구서 우편 대신 SMS로 발송
금감원 “고객 동의없는 변경 불합리”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궁여지책으로 우편 청구서를 문자메시지로 대체하는 등의 비용절감 방안을 내놨지만 소비자 보호 측면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접어야 할 모양새다.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는 월 카드이용액이 1만~5만원 이하의 소액인 경우 우편 대신 문자메시지 청구서를 발송하고 있다.

예컨대 문자메시지 청구서 발송 기준이 3만원 이하인 경우 1월 이용대금이 2만원이면 문자메시지로, 2월 이용대금이 5만원이면 우편으로 청구서를 발송하는 방식이다. 종전처럼 우편 청구서를 받고 싶다면 카드사 콜센터 등을 통해 별도 전환 신청을 해야 한다.

카드업계는 문자 청구서 활용이 환경보호, 개인정보 유출 예방, 신속한 안내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카드대금 청구서 발송비용 총 1230억원 중 우편이 1211억원으로 전체의 98.4%를 차지하는 만큼 우편비 절감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의 이 같은 문자 청구서 활용이 소비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라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노약자의 경우 청구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크다”며 “또 청구금액에 따라 수령방법이 우편이나 문자메시지로 수시 변경돼 카드결제 내역을 확인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카드사들이 통상 채무면제·유예(DCDS)상품 등 유료상품의 수수료 납부내역을 청구서에 기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유료상품 가입여부 및 불완전판매에 대한 인지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소비자 동의 없이 카드대금 청구서 수령방법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카드사에게 사후 동의를 받거나 종전처럼 우편 발송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비용절감을 위해 우편 대신 문자메시지 청구서로 대체하고 싶다면 문자메시지 무료 제공, 카드 포인트 제공 등 절감된 비용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소비자에게 부여토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개선방안이 강제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카드사 표준약관을 개정해 업계가 자발적으로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개선방안에 대해 카드업계는 “고객에게 일일이 동의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포인트 적립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원래 비용절감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비용절감을 위해 청구서 대신 카드 부가서비스 등 다른 혜택을 축소하는 카드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구서 수령방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일부 카드사들이 준비 중인 카카오톡 결제 알림서비스 도입에도 차질이 생겼다. 기존 문자메시지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이르면 내달부터 문자메시지로 제공하던 실시간 결제내역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마쳤다. 신한카드뿐 아니라 여타 카드사들도 카카오톡 알림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톡 알림서비스 역시 시행 전 반드시 고객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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