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태풍으로 인한 자동차 피해 현황.[자료: 손해보험협회]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전국에 장마전선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제1호 태풍 ‘네파탁(NEPARTAK)’이 발생하면서 손해보험업계가 4년만에 태풍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데 이어 안전운전 고객 모시기에 나선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 감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경 괌 남쪽 약 530km 부근 해상에서 태풍 네파탁이 발생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속 10km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네파탁은 1951년 이후 태풍 발생 통계상 두 번째로 늦게 발생한 태풍으로, 6일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890km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태풍은 대만 부근 해역을 지나 향후 고기압의 수축 정도에 따라 중국 남동부지역을 향하거나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올 여름 7~10개의 태풍이 발생해 이 중 1개 이상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1호 태풍 북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손보사들은 4년만의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손보협회의 공식 손해액 통계상 태풍 3개가 연이어 북상한 2012년 이후에는 태풍으로 인한 수백억원대 대규모 피해가 없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차량이 물에 잠기면 전손 처리되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태풍 ‘볼라벤’, ‘덴빈’, ‘산바’와 집중호우가 겹친 2012년에는 전국 2만3051대의 차량이 침수돼 495억원 규모의 피해를 남겼다.

이 보다 앞선 2003년 9월 경남·북과 부산, 강원지역을 강타한 태풍 ‘매미’ 북상 당시에는 4만1042대의 차량이 물에 잠겨 911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2002년 8월 ‘루사’는 4838대(117억원), 2007년 9월 ‘나리’는 2804대(94억원), 2006년 7월 ‘에위니아’는 1308대(73억원)의 차량 침수 피해를 유발했다.

손보사들은 올해 태풍이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우량고객 확보로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손해율과 손익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손보사들은 손해율 고공행진을 이유로 올 들어 잇따라 보험료를 인상했다.

국내 상위 4개 손보사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은 KB손보(3.5%), 동부화재(3.2%), 현대해상(2.8%), 삼성화재(2.5%) 순으로 높았다.

손보사들은 또 사고 위험이 낮은 안전운전자의 보험료를 깎아주는 할인 특약을 통해 우량고객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현대해상은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7% 할인해주는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 동부화재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켜고 일정 거리를 주행하면 부여되는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스마트(smarT)-UBI 안전운전 특약’을 판매 중이다.

다양한 형태의 손해율 개선 노력이 어이지면서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년 새 평균 3%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의 올 1~5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1.7%로 전년 동기 84.4%에 비해 2.7%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현대해상의 손해율은 87%에서 81.6%로 5.4%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KB손보는 84.8%에서 82%로 2.8%포인트, 동부화재는 85.6%에서 83.1%로 2.5%포인트 손해율이 하락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의 영향으로 4대 대형 손보사의 올 1~5월 합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6%가량 증가했다.

개별 기준 상위 4개 손보사의 올 1~5월 합산 순이익은 9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8874억원에 비해 548억원(6.18%) 증가했다. 매출액은 20조5938억원에서 21조4713억원으로 8775억원(4.26%), 영업이익은 1조2283억원에서 1조3005억원으로 722억원(5.88%) 늘었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올해 5개월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1~6월) 순이익을 넘어섰다.

손보업계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여름철 차량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3000여명 규모의 침수 예방 비상팀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128곳, 지방 122곳 등 총 250곳의 상습침수지역을 선정해 순찰을 강화하고, 집중호우 시 차량을 안전지대로 사전 견인한다.

한 대형 손보사의 보상지원부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7~9월에는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가 예상돼 각 회사별로 대응 시스템으로 마련하고 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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