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휴대폰 사용자의 40% 이상이 스마트폰과 앱을 직접 조작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연계된 가상 개인비서(Virtual Personal Assistants) 서비스를 이용할 전망이다.

가상 개인비서는 머신러닝, 음성인식, 문장분석, 상황인지 등을 통해 사용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지시사항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각종 IT기기와 결합해 자연스러운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 및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사용자의 습관 혹은 행동패턴을 학습해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비서처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룡IT부터 스타트업까지…가상비서 시대 열린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S보이스, LG전자의 Q보이스, 네이버의 라온, 챗봇기반의 문비서 등 가상 개인비서 서비스가 개발 및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 또한 가상 개인비서의 핵심기술인 음성인식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은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NH콕(Cok)뱅크’를 출시해 금융권 최초로 음성으로 간편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우리워치뱅킹에 스마트워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음성인식 문자입력’ 서비스로 웨어러블 뱅킹에서도 음성으로 한글, 영문, 숫자를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상 개인비서의 선구자는 애플의 ‘Siri’다. 애플은 2011년 업계 최초로 아이폰에 음성인식 서비스를 탑재해 개인비서 시장을 개척했다. Siri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케줄 관리, 알람 설정 등 수동적인 비서 업무에서 자연어 인식률 개선과 사용자 습관을 학습해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능을 작동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iOS가 탑재된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향후 PC, 애플TV, 가전으로 디바이스를 확대해 ‘Siri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선두주자 구글도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은 2014년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스타트업 ‘DeepMind’를 약 6억달러에 인수해 ‘Google Now’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일정, 날씨, 뉴스, 식당 예약 및 추천, 항공편, 주변 명소, 교통정보 안내 등 다양한 비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말 서드파티 앱과의 연계성을 강화시킨 구글 비서(Google Assistant)와 음성인식 서비스로 가정용 IoT 기기들을 조종하는 구글 홈(Google Home) 등 개선된 가상 개인비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공룡IT 기업만이 아닌 스타트업이 개발한 개인비서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2014년 뉴욕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엑스닷아이에이(X.ai)는 ‘Amy’라는 가상의 개인비서가 사용자의 일정을 이메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사용자가 메일 참조목록(CC)에 ‘Amy@x.ai’를 넣으면 가상 비서가 이메일 본문에 입력된 날짜, 시간을 파악해 이용자의 일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일정과 사용자의 일정이 맞지 않을 경우 답장을 보내 조율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애플 ‘Siri’의 개발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음성인식 시스템 ‘Viv’는 복합적인 질문 이해는 물론 응용 프로그램 다수를 실행하는 등 Siri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다.

Viv는 향후 일상 대화처럼 스마트폰과 대화하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등의 주문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업체나 미디어 기업, 스마트 냉장고 업체 등과 협력해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여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은행, 모바일뱅킹 앱에 접목시켜 다양한 시도

미국과 영국 해외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가상 개인비서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자사의 뱅킹 앱에 관련 서비스를 접목시키고 있다.

미국 인터넷은행 ‘Ally Bank’는 지난해 5월 모바일뱅킹 앱에 간편 명령시스템인 ‘Ally Assist’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은 이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뱅킹 이용 시 음성이나 텍스트를 입력해 계좌이체, 잔액확인,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은행업무를 할 수 있다.

미국 인터넷은행 ‘CapitalOne’은 올해 3월 자사의 앱과 아마존의 가상 개인비서 ‘Echo’ 앱을 연계해 음성으로 “최근 지출내역을 알려주세요” 등 잔액, 거래내역, 결제일자, 결제금액 등을 질문하면 답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의 ‘Santander Bank’는 올해 초 모바일뱅킹 앱에 음성인식 기능을 도입했다. 현재 카드 내역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올해 말 모바일뱅킹 서비스 전체와 연결되는 기능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RBS는 지난 3월부터 AI로봇인 ‘Luvo’를 통해 메신저 서비스와 유사한 환경에서 고객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uvo는 당초 은행직원들이 카드를 분실하거나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고객들에게 좀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안내 서비스에 불과였지만, RBS가 AI스타트업과 협업해 딥러닝 기능을 적용하면서 고객의 다양한 질문에 응대가 가능한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2013년 애플사의 인공지능 ‘Siri’의 개발자들이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 ‘Kasisto’도 음성인식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뱅킹 앱을 출시했다.

Kasisto의 모바일뱅킹 비서는 간단한 뱅킹 업무 외에 이번 달 지출액, 스타벅스 사용금액, 스타벅스 쿠폰, 카드 잔고 등을 음성기반 인공지능이 알려주고 결제기능도 지원한다. 또 메신저와 유사한 환경에서 인공지능 상담원과 SMS나 메신저로 대화하듯 은행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회민 연구원은 “포스트앱(Post-App)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스마트폰이나 모바일기기 외에 다양한 형태의 지능형 가상비서 기기가 등장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며 “금융분야에서도 가상 개인비서 서비스가 발전하며 기존 모바일뱅킹 앱 대신 가상비서가 사용자와 접촉해 금융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금융전용 비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