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부동산담보신탁 돈 안돼” 8조원 이상 확대의지 無

중·소형 증권사와 격차 심화…“대형만 챙긴다” 불만 커

   
 * 자료 : 금융위원회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안’이 발표됐지만 증권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초대형 IB 기준이 당초 예상됐던 자기자본 5조원이 아닌 3조·4조·8조원 등 단계별로 혜택을 부여하면서 현행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도 혜택을 누리게 됐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 도약을 위한 중간단계 역할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8조원 이상으로 자기자본을 늘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견이 대형 증권사들에서 나오는데다, 자기자본 3조원 이하 증권사들을 육성해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은 전혀 없어 증권사 간 갭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은 건전성 부담이 완화된 새로운 NCR-II 적용과 신용공여 한도 증액, 다자간 비상장 주식매매·중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4조원 이상은 자기자본의 200% 내에서 발행어음을 허용하고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 기업금융 관련 외국환 업무가 확대된다. 8조원 이상은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 허용과 부동산담보신탁 업무 등이 추가된다.

대형사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은 자본시장 발전보다는 대부분 투자자보호에 맞춰져 있다”며 “이만큼의 규제가 풀린것도 기존과 비교하면 많이 완화된 것이지만 사실상 기대에 미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들에게도 완화된 NCR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증자 부담을 가지고 있던 증권사들의 경우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며 “단 3조원 이상인 곳들이 4조원 이상 혜택을 얻으려는 움직임은 크지만 8조원 이상의 혜택은 큰 메리트가 없어 8조원 이상으로 자기자본을 끌어올릴 유인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의도대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로의 도약 동인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자기자본 3조원 이하 1조원대 이상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도 대형 증권사와의 격차가 심한데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특히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본 1조원대 회사들의 경우 충분한 혜택이 없는한 갭을 메우기 어려운데, 3조원 이상 대형 IB로의 유인은 전혀 없어 ‘될놈만 살린다’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박혜진 애널리스트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발행은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전단채를 활용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사는 2% 초반대의 채권발행이 가능해 실효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기자본 8조원의 허들이 증자와 M&A를 통해 희석된 ROE를 감수할 만큼의 인센티브로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 방향성은 2014년 이래로 자본확충 니즈를 높여 증권사 수를 줄이는데 있다”며 “이번 방안 역시 이같은 의지가 드러나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자본 확충 없이 혜택을 누리는 기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박광식 평가전문위원은 “기존 대형IB가 추가적인 자본확충 없이도 기업금융 확대와 NCR 산출기준 개정의 수혜를 누릴 수 있어 단기적으로 부담하는 위험수준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의 경우도 기업신용공여 자금 대부분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M&A관련 브릿지론에 집중돼 기업금융 기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쏠림 없이 정부 의도대로 원활히 이루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업계가 고대했던 법인지급결제 허용이 무산된 점 역시 기대감을 낮췄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초대형 IB만이 아닌 전 증권사에 해당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초대형 IB 육성안에 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업계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초대형 IB에 우선 선별적 허용 추진 가능성이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는 은행권과 사전에 전혀 논의된 바 없는 내용으로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내에서도 올해 안에 증권업계의 법인지급결제 허용과 관련한 추후 논의계획이 잡혀있지 않아 진행은 더딜 방침이다.

법인지급결제가 무산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여겨졌던 삼성증권이 초대형 IB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삼성증권이 삼성그룹계열의 주거래 은행 역할이 가능해져 계열사로부터의 증자 가능성이 열려있었지만 이도 무산된데다, 현재 대주주인 삼성생명(삼성증권 지분 11.14%)과 삼성화재(8.02%)의 자기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조단위에 이르는 유상증자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월 말 기준 미래에셋(미래에셋대우 포함)의 자기자본은 6조7000억원, NH는 4조5000억원, 현대증권을 인수한 KB(3조8000억원)는 이익잉여금 증대를 통해 연말 자기자본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며, 삼성이 3조3849억원, 한국투자 3조1713억원, 신한금투는 증자완료시 3조160억원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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