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조정 실효성 담보 미지수…“근본대책 안돼” 지적

“차별화된 리포트 거래 시장 정부차원서 육성” 필요성 제기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설명(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을 제정하고 상장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 갈등을 중재하는 기구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일명 ‘하나투어 사태’와 같이 회사가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의 기업탐방을 금지하는 등의 잘못된 리서치 문화의 건전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를 통해 ‘매도리포트 부재‘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령자체가 강제성이 없는데다 갈등조정의 실효성 담보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와 모여 ‘4자간 협의체’ 임직원 간담회를 열고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을 제정했다.

강령은 상장사와 애널리스트 준수 사항, 4자간 협의체를 통한 상호 이해와 협력,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한 갈등 조정 프로세스 마련 등이 핵심내용이다. 상장사와 애널리스트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감독 당국을 포함한 협의체가 양 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강령은 상장사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원칙뿐 아니라 IR활동에 대한 연간계획 공표 등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포함시켰다. 또 애널리스트는 객관적 자료와 합리적 분석에 근거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조사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확인되는 경우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즉 ‘매도’ 의견을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4자간 협의체가 상장협·코스닥협·금투협 본부장(각 1인)과 금감원 담당국장(1인), 리서치센터장(3인), 상장사 IR담당 임원(2인), 학계·법조계 종사자(2인) 등 총 11인으로 구성된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간 상장사와 애널리스트 간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제3의 기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제 이 같은 강령이 건전화에 얼마만큼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강령 자체에 구속성이 없는데다, 기존에 있던 애널리스트 윤리강령 및 상장사 모범규준 등을 한데 묶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강령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여부의 파악이 어렵고,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갈등 조정에 대한 수용기준, 정보제공 거부 범위의 인정 등 세세한 부분의 구체화가 어렵다.

과거와 같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문제가 불거져야 확인이 가능한데다, 갈등 조정신청 역시 양자가 모두 신청해야 해 실제 조정이 이루어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방의 조정신청이 가능할 경우 무분별하게 조정신청이 늘 수 있을 것을 감안한 조치”라며 “강제화 할 수 없다보니 세부내용을 구체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정결과를 언론에 공표하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갈등을 조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매도의견의 경우 애널리스트 강령을 통해 반영토록 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활성화 할지, 코스닥 리포트 범위 확대 등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말 기준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할 경우 매도리포트를 발간한 국내 증권사는 8개사에 불과하며, 자기자본 상위 11개 증권사 가운데 과반이 넘는 6곳은 아예 매도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매도리포트 비율이 0%이며, 그나마 매도리포트를 발간한 곳도 1%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나금융투자(1.9%), 미래에셋증권(1.3%), 한국투자증권(1.3%), 메리츠종금증권(1.2%)이 1% 대의 저조한 발표 실적을 거뒀으며, 유진투자증권이 0.9%, HMC투자 0.6%, KTB투자 0.6%, 현대증권 0.4%로 1% 미만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경우 ‘중립이 매도의 의견을 포함하고 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 그같은 시장의 발판을 당국이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앙대학교 정도진 교수는 “강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강령으로 제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통해 현 문제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 때문에 ‘매도’ 리포트를 작성한다고 해도 차별화된 시장분석 능력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이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을 정부가 육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앞서거나, 매도의견 등 차별화된 리포트가 정보로서 거래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형성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발표된 의견을 답습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이 같은 시장이 마련되면 시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건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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