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허용여부 추후 검토” 불확실성에 흥행참패 가능성도
RA업체들 “비대면 허용이 핵심, 추가비용만 날릴 것” 성토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 핀테크 3대 키워드로 꼽으며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작도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당국이 금융혁신을 부르짖으면서도 혹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려는 조심성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RA) 전문업체들과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비대면 일임허용 여부다. 즉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가’이다.

금융위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기본 운용 방안’을 발표하고, 1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관계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운용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관계자는 이날 “로버어드바이저 비대면 허용 여부를 여러차례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허용 않기로 결정했다”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일임계약에 한정해 비대면을 허용한지(3월)도 얼마 되지 않아 이를 통해 시장 정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 위험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만만치 않은데 이 같은 위험이 웹상에서 투자자에게 얼마나 전달될 것인지 우려된다”며 “최근 시장에서 로보 알고리즘 투자에 대한 효율성이 부각된 반면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더 자리 잡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위험성이 높은 만큼 원천적으로 비대면 일임허용을 불허한다는 의미다. 단, 시장의 요구에 따라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업체들에 한해 비대면 일임 허용여부를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말부터 진행되는 심사를 거쳐 내년 4월까지 어렵사리 테스트베드를 통과한다고 해도 비대면 일임허용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업체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비대면 일임이 되느냐의 여부인데 되지 않을 경우 현 구조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테스트베드를 거치기 위해 신규업체의 경우 사실상 수천만원대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데 비용만 허비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태동한 미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온라인 서비스 가능 여부”라며 “금융위가 올해 핀테크 키워드로 로보어드바이저와 해외진출을 꼽았는데, 온라인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해외진출은 총 없이 전쟁에 나가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비용과 접근이 쉬운 투자자문’이 핵심이기 때문에 온라인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당국이 온라인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가입할 경우 투자에 꼭 필요한 설명절차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존 금융상품과 똑같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직접 방문해 가입절차를 밟도록 한 만큼 판매채널 증가에 따른 수수료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테스트베드를 거치지 않은 업체의 경우 테스트베드 심의 통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객에게 공지해야 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화 되어 있지 않은데다, 법 개정으로 연말 로보어드바이저 역할이 규정되면 테스트베드에 참가하지 않아도 독자적인 서비스가 가능해 비대면 허용이 되지 않을 경우 업체들의 참여도가 헌저히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로보어트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오는 5일부터 본격적으로 신청접수를 받으며, 이달 말 시작되는 심사를 거쳐 내년 4월 최종심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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