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본질적 업무 위탁 금지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자동화한 언더라이팅, 인공지능 지급심사업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전문 핀테크 기업이 멀지 않은 미래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보험회사가 제3자에게 이 같은 본질적인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로봇 보험심사원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보험전문 핀테크 기업이 등장해 관련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도 보험회사가 이를 활용하는 순간 불법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시장에도 핀테크가 활성화될 경우 본질적 업무의 자동화 시스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다”며 “본질적 업무라고 해도 자동화가 가능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경영 효율성과 소비자 편익을 위해 자회사 또는 제3자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서는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에서 금융업의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을 금지하고 있다. 주요 금융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하는 것은 자칫 금융업의 인·허가 취지를 훼손해 인·허가 행정 행위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의 본질적 업무는 보험모집 및 계약체결, 보험회사 공시, 보험계약인수 여부에 대한 심사·결정, 보험계약의 유지 및 관리, 재보험 출·수재, 보험금 지급여부 심사 및 결정 등이 해당된다.

문제는 보험금 청구 접수와 같은 단순한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 운영하는 보험회사에서 향후 자동화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회사도 모르는 사이에 위탁금지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보험회사에서 업무효율성 향상을 위해 보험금 청구 접수를 자회사에 위탁하는 경우 자동화 매뉴얼에 따라 아무 이상 없이 바로 서류가 통과돼 보험금 지급이 결정되면, 보험금 청구 접수와 동시에 보험금 지급까지 자회사에서 이뤄지게 된다. 보험금 지급은 현재 본질적 업무에 해당돼 규정 위반이 된다.

인공지능 컴퓨팅은 본질적인 업무 영역까지 자동화해 최종적으로 인력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핀테크 기술이 발전할수록 주요 금융업무의 위탁을 금지하는 현행법은 계속 상충할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원은 “핀테크 시대가 도래하고 업무효율화 추구가 절실한 현 시점에서 지금의 경직된 본질적 업무의 위탁 제한규정은 유연하게 재해석 돼야 한다”며 “금융업 인·허가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본질적 업무의 위탁을 보다 폭넓게 허용하고 위탁 업무라 해도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최종 책임은 보험회사가 지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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