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 일가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싸고 연일 촛불민심이 들끓고 있다.

남의 조종에 따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지금까지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는 금융당국에게 충실한 꼭두각시였을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력히 추진해 온 금융개혁 홍보에 동원돼 사옥마다 어른 키 높이의 입간판을 설치했고, 당국 관계자들의 치적 쌓기용 금융박람회에 차출돼 수백만원짜리 부스를 꾸몄다.

그런 꼭두각시의 반란은 금융당국을 흥분케 하고도 남을 일이다.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무시한 생명보험사들의 반란. 이른바 기라면 기고, 까라면 까던 꼭두각시의 모습에 익숙한 금융당국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청구권 소멸시효 경과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에 대한 현장검사로 시작된 금융감독원의 꼭두각시 길들이기는 결국 역대 최고 수준의 초강력 징계 수순을 밟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에 영업권 반납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징계 처분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보험사에 대한 신뢰 회복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상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은 꼭두각시에 대한 처단 격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최고 사법기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예 간판을 내리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금감원. 뒤늦게 자신들의 권고에 따른 다른 꼭두각시들에게는 최대 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불가능한 잣대다.

국내 보험시장 포화와 저금리‧저성장 기조 장기화,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 도입 등을 앞두고 갈 길이 먼 생보사들의 숨통을 조여 금감원이 얻고자 하는 것은 정말 소비자 보호일까, 아니면 조종자의 위상 재확인일까.

보험사의 영업이 갑자기 정지되거나, 대표이사 교체 또는 공백에 따른 혼란이 장기화된다면 그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조직 구성원은 물론 소비자들에게까지 돌아갈 수 있다.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5000만 국민을 우롱하는 국정농단을 자행했듯이 금감원이 감독기관의 위세를 이용해 수많은 계약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면 칼을 거두어야 한다.

말 안 듣는 꼭두각시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한 금융사를 꼭두각시 취급하는 자세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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