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CIB·부동산사업’ 등 공회전 2016 플랜 재탕

겉핥기식보다 실속있는 세부안 수립 후 실행 옮겨야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협동조합을 기반에 둔 농협은행과 수협은행의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과 수협은행의 2017년도 사업계획에 실현하기 힘든 거창한 정책과 구색 맞추기식 조직개편만 나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내년도 주요 사업계획으로 내세운 부문은 고객자산관리, CIB 및 기업금융 강화다. 또한 WM사업을 확장하고 금융지주와 함께 글로벌사업 역량도 제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협은행은 글로벌사업본부와 WM연금부를 신설했으며 지주담당 임원이 은행 본부장을 겸임하도록 해 금융지주와 은행의 연계 강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농협은행의 내년도 청사진에 업계에서는 고민 없이 전년도 계획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계획만 수립하고 실제 진척은 없었던 겉핥기식 계획이 올해도 되풀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2016년 WM 및 기업금융 활성화 계획으로 ‘시도별로 설치된 영업본부에 WM부문과 기업금융전담 인력을 보강해 영업점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는 항목을 삽입했는데, 이는 2017년 사업계획에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포함됐다.

또한 글로벌사업과 관련해서는 2016년 지주 차원의 글로벌전략국을 새로 설치했는데도 2017년 글로벌전략부를 또다시 신설한다고 밝혔다. 부서간의 별다른 업무분장이나 세분화 없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부서를 이름 바꾸기만으로 새롭게 보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CIB 관련해서도 최근 연간 사업계획에 빠지지 않고 관련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사업조직을 재편해도 구체적인 성과는 없고, 조직개편을 통한 기회비용만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사업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년도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추상적인 목표만 지향하고 세부 전략과제에 대한 고민이 없다보니 앙꼬 없는 찐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출범한 수협은행의 정유년 사업계획도 뜬구름 잡기는 마찬가지다. 수협은행은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를 통해 기업 지분투자로 대체투자를 활성화하고 해외 유가증권 및 장외파생상품 인프라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 잔액(잠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세계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명목잔액은 총 544조1000억달러로 2013년 6월 말에 비해 22% 감소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규모가 줄어들고 리스크는 3년 전보다 커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액과 시장가치가 세계시장에 비해 양호하지만 역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해외 유가증권 투자 및 장외파생상품 확대는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협은행은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 진출, 수산금융 저변 확대, 수산업과 연계한 해외시장 진출 등의 계획도 수립했지만 이에 대한 세부안은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거창한 사업계획 수립과 조직개편보다는 내실 있는 정책 수립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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