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 총위험액 늘어 舊NCR 악영향…업계 “장외파생거래, 신규투자 위축”
금융위 “新NCR 전면개정 의원입법 통과지원” vs 금감원 “舊NCR 유지필요”
전문가 “위험 과소 계상, 규제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 역행 등 논란 예상”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본격적인 초대형 IB(투자은행) 시대 도래에 앞서 대형증권사들이 걸림돌로 지적하는 영업용순자본비율(舊 NCR) 규제를 두고 금융당국 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초대형 IB 육성 정책’을 내세운 금융위원회의 경우 일부 남아있는 옛 NCR 규제를 새롭게 변경된 순자본비율(新 NCR)로 모두 바꾸자는 업계의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인 반면, 리스크 관리·감독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에서는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

법리상 형평성 및 초대형 IB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새로운 NCR이 위험을 과소 계상해 향후 위험을 키울 수 있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글로벌 트랜드와 역행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발행 및 매매 등 단기금융업무가 허용되며, 8조원을 넘길 경우 종합투자계좌(IMA)업무가 가능해진다.

지난달 30일 출범한 통합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겼으며, 통합 KB증권도 2일 출범과 동시에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증권도 조만간 증자를 통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어음발행 업무에 초대형 IB들의 역량이 집중될 방침이다.

   
 

문제는 어음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 등 기업금융을 진행할 때 옛 NCR 비율이 낮아져 장외파생상품 거래 등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완화된 새 NCR 규제가 적용됐지만 장외파생상품 거래는 옛 NCR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인데, 옛 NCR 비율이 200% 아래로 내려갈 경우 신규 장외파생사품 거래가 금지되며, 100% 미만으로 내려가면 경영개선 권고 등 적기시정 조치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초대형 IB 육성과 기업금융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규제들을 풀어주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새로운 NCR을 도입하면서 일부에만 과거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행어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투자 규모도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총 위험액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장외파생거래 제한 뿐 아니라 옛 NCR 규제를 맞추기 위해 투자에 소극적이거나 투자기회를 상실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초대형 IB들이 조달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할 경우 대출자산의 형태, 만기 등에 관계없이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고, 신용등급에 따라 신용위험액을 반영하는 새 NCR 지표를 적용토록 했지만, 이 역시 총 위험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옛 NCR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옛 NCR비율은 NH투자증권 272%, 미래에셋증권 264%, 현대증권 296%, 한국투자증권 291%로 200%대에 머물고 있으며, 미래에셋대우(397%)와 삼성증권(336%)도 크게 높지 않아 투자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지난 11월 장외파생상품 거래에도 신 NCR을 따르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본격적인 어음발행 업무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 전까지 법안 통과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초대형 IB들의 경우 옛 NCR 200% 규정을 지키면서 기업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는 관련 법안이 의원입법 발의된 상태이므로 추가 정부 입법발의 필요성이 낮아 이미 발의된 법안 통과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사 건전성 감독 및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금감원은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있어 옛 NCR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은 리스크가 큰데, 신 NCR의 경우 분모에 해당하는 필요유지자본이 증권사 규모나 크기와 관계없이 최대치가 1344억원에 불과하다”며 “결국 장외파생상품의 헷지거래를 하면서 2000억원 수준의 버퍼만으로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와 실무 과정에서 논의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신 NCR을 통해 모험자본 투자 및 기업금융에 대한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장외파생까지 이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회사에 제약요건이 무엇이 있는지, 규모가 큰 회사들은 장외파생 규모도 커지는데 필요유지자본은 1300억원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 이를 통해 충분한지에 대한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의원입법 시 당국 의견을 물을 경우 장외상품 매매 거래 시 현재와 같은 총위험액의 2배 이상의 총량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이란 의견도 내비쳤다.

업계 전문가는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법리적 형평성 면에서는 장외파생거래 부분만 별도 규제를 취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새로운 NCR 규제가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있어왔던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재 장외파생상품의 총량 규제를 총 위험액의 2배로 유지하는 것은 적절한 규제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NCR 규제가 증권사들의 대형화를 유도해 초대형 IB를 활성화하기 위한 ‘산업정책’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완화된 건전성 규제인 만큼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바젤Ⅲ 등 장외파생상품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인 글로벌 트렌드와도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건전성 우려에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초대형 IB 육성안 역시 정부 방침인 만큼 제도 개선 여부를 두고 향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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