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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려운 한자투성이 은행권 신년사동양보다 서양고전에 익숙한 계층이 더 많은 세상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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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8  16: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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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핀테크 시대에 걸맞은 메시지전략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10여년 이상을 매일같이 변화를 말하고 있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리도 한결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은행 역사 110여 년 동안 은행장 등 CEO의 신년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은행권의 신년사는 예년처럼 어려운 한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자성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이맘때 쓴 칼럼<2016년 1월 4일자 참조>에서도 지적했지만 여전히 은행권의 CEO들은 어려운 한자로 신년사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자신들의 지적 능력을 표출할 수 있다는 듯이 생각하는 것 같다.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고, 또 한 번도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장된 적도 없었던 수십 년의 세월. 그 기간 동안 변화를 요구하는 CEO의 메시지는 한결같이 동양적 세계관의 연장 속에서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2017년 은행권 사자성어
우선 올해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이 사용한 어렵고 자주 쓰지 않는 사자성어부터 정리해보자. 올해도 은행권의 핵심이슈는 변화와 위기다. 그래서 메시지의 핵심을 그 해법으로 담고 있는데, 그 영역이 거의 사자성어로 채워져 있다.

우선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만유심조(萬有心造)’라는 한자를 신년사 말미에 제시했다. 불교 경전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성어의 뜻은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헤쳐 나가자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의 김정태 회장은 ‘여리박빙(如履薄氷)’과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주문하고 있다. ‘여리박빙’, 이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매우 위험함을 의미하고 있고,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다시 맨다는 뜻이다. 위기와 그 해법을 두 개의 성어로 함축시킨 것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시경>에 나오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을 사용했다. ‘솔개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는 뜻을 가진 이 사자성어를 사용한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곳에 존재해야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듯이 올 한해 그런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농협맨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임직원들과 남산에 올라 신년맞이 행사를 가지면서 ‘노적성해(露積成海)’를 언급했는데 그 뜻은 ‘한 방울 한 방울의 이슬이 모여 큰 물줄기가 되고 결국은 바다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큰 바람이 불어오니 구름이 날아오른다’는 뜻의 ‘대풍기 운비양(大風起 雲飛揚)’까지 인용했다.
이밖에도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근본적 처방에 힘쓰라는 ‘교자채신(敎子採薪)’을,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먼 곳까지 불어가는 바람을 타고 끝없는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배를 달린다는 뜻의 ‘승풍파랑(乘風破浪)’을 신년사에 사용했다.

# 시대에 맞지 않는 메시지 전략
이처럼 올해도 은행권의 CEO들은 관행대로 신년사의 핵심을 어려운 한자성어에 함축시켰다. 70년대까지는 그나마 공교육에서 한자를 가르쳤지만, 그 이후 한문 수업은 학교에서 사라진다. 따라서 30년 가량은 한자와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자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기준에 맞추려는 CEO들의 마인드라고 지적할 수 있다. 쉬운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여전히 어려운 성어를 선택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심증을 갖게 된다.

조직 내부를 대상으로 하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든 동양고전보다는 서양고전에 더 익숙한 계층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고집스럽게 찾기도 어려운 사자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인공지능과 핀테크가 핵심 키워드인 세상을 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메시지 전달의 제1법칙은 쉬운 단어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년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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