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총액 3조4000억원 중 투자자 매출액 3%
구조·비명시적규제 문제…쏠림·질적성장 과제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지난해 개장 2주년을 맞은 ETN(상장지수증권)의 실질 시장규모가 105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4종목이 신규 상장되는 등 상장종목수가 132종목으로 늘어나고 발행총액(시가총액)이 전년대비 76% 증가한 3조43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외형이 크게 성장했으나, 이중 실제 투자자들이 보유한 금액인 투자자 매출액은 1054억9000만원으로 전체 발행총액의 3.0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도 전년(174억6000만원) 대비 85% 늘어난 323억원을 기록했으나 개인 투자자의 인지도 확산보다는 시장 외형 확대 및 기관 참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부진은 ETN이 구조적으로 발행과 함께 자동적으로 상장이 이루어짐에 따라 여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상장 전 투자자 모집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발행된 ETN은 다시 발행사인 증권사 창고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게 모두 발행총액으로 잡힌다. 증권사는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매입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유통시장에서 대신 팔아주는 역할을 하게된다. 이렇게 실제 유통된 ETN이 지난해 1054억원이며, 팔리지 않고 발행 후 쌓아놓기만 한 실적이 3조3000억원 가량인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지수들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상장됨에 따라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ETN이 후발주자 상품이다 보니 당국에서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된 시장을 구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며 “때문에 기존 ETF에서 이미 검증된 코스피, 코스닥 등의 지표를 사용한 상품들을 상장시키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시적 규제는 아니지만 이 같은 제약이 있다 보니 성장이 기대만큼 빠르지 못한 것도 있고, 다른 상품들에 비해 아직까지 규제가 풀리지 않은 부분들도 있어 활성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쏠림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국내형 상품이 79.5%를 차지하며, 국내형 중에서는 섹터 및 테마상품이 57.5%를 차지했다.

특히 수익률 하위 10종목 중 7종목이 국내 섹터·테마형 상품이었다. 하위 10개 종목의 평균 손실률은 31.74%에 이른다.

발행사 별로는 삼성증권(57.0%), NH투자증권(23.6%), 신한금융투자(13.4%) 3개 발생사 상품이 전체거래대금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수익률의 경우 국내형은 시장대표형(5.08%)의 수익률이 양호한 반면 업종형(-8.28%)과 테마형(-5.94)은 저조했다. 해외형은 주식형 상품(6.53%)은 물론 원자재 수익률(2.54%)도 양호한 편이었다.

수익률 상위 10종목 중 9종목이 해외형상품으로 상위 10종목의 평균수익률은 29.96%로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ETN시장 예상 규모는 발행총액 5조원, 투자자 매출액 3000억원으로 양적은 물론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룰 것”이라며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ETF시장과 함께 저금리 저성장시대의 종합자산관리수단의 양대 축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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