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오는 2021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생명보험사들이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wn Risk and Solvency Assessment·ORSA)’ 제도 도입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세부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지난달 ORSA 도입 추진안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했다.

ORSA 제도는 보험사가 자체 리스크관리의 적정성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보험사의 리스크관리체제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Risk Assessment and Application System·RAAS)’ 제도와 유사하지만, 미래지급여력 고려 여부와 평가 대상 위험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ORSA는 미래지급여력을 고려하지만, RAAS는 고려하지 않는다. ORSA는 평가 대상 위험이 회사별로 다르지만, RAAS는 모든 보험사가 동일하다.

또 RAAS는 비계량평가를 통해 적기 시정 조치 기준으로 사용되는 반면, ORSA는 리스크와 리스크관리의 취약점을 발굴해 시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ORSA는 3년간의 자본계획과 연결 기준 평가 결과를 명시하지만, RAAS는 중장기 자본계획과 연계하거나 그룹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다.

ORSA는 비계량위험 평가 결과와 위기상황 분석 결과를 모두 감안해 내부요구자본을 산출하고, RAAS는 위기상황 분석 결과 반영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들에게 ORSA의 주요 내용과 도입 근거 등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도입에 대비해 ORSA를 도입할 것을 각 보험사에 요구했다. 2014년 도입 방안을 발표한 금감원은 당초 2015~2016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대형사를 비롯한 생보사들은 금융당국이 ORSA 도입과 관련된 세부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ORSA를 도입하라고만 했지, 어떤 기준에 따라서 어떻게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준비 작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 역시 “면과 스프도 주지 않고 라면을 끓여내라면 어떻게 끓여내겠느냐”며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도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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