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서류’ 반영 통해 웨어러블 기기 제공 가능…“특별이익 제공 우회”
‘사후’에서 ‘사전관리’로 전환…손해율 감소, 다양한 서비스 출시 기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보험사들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 진입에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특별이익 제공 문제로 가로막혔던 건강관리 기기 연계 서비스 도입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헬스케어서비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각종 규제 등에 가로막혀 아직까지 활성화가 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고령화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보급 확대로 이를 연계한 보험료 할인 등의 상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건강관리 정보 이용이나 특별이익 제공 등의 법적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제한되거나 제공하던 서비스마저 축소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 조치를 당국에 꾸준히 건의해 왔으며, 당국에서 이를 받아들여 개선 방안을 내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건강관리 기기 활용을 통한 보험서비스 강화 개선 방안을 업계에 전달했다.

내용의 골자는 스마트 헬스케어 디바이스(웨어러블 기기 등)를 활용해 운동량을 측정하고, 운동 목표량 달성 시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환급해 주는 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해, 그동안 특별이익 제공문제로 도입이 어려웠던 점을 기초서류상 보험료 할인범주에 넣어 우회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험업법 98조2호에서는 보험약관 등 기초서류에서 정한 보험료 할인은 특별이익 제공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어, ‘기초서류에 피보험자가 특정 범주의 건강관리기기를 통한 건강관리활동 수행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험료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반영해 상품을 출시토록 한 것.

금융당국은 그동안 보험료 할인 등을 조건으로 특정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거나, 보험계약자에게 기기를 끼워파는 등의 건전한 모집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우려해 이를 금지해 왔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 이전부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사와 협력해 가입 시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건강정보와 연동한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Oscar Healthcare Insurance는 웨어러블 개발사 Misfit Wearables과 협력해 건강정보와 연동한 프로그램 가입 시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걷기목표 달성 시 일 1달러를 적립하는 등 연간 240달러 한도를 제한해 기프트카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2015년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제공하는 비용보다 가입자의 건강증진을 통한 보험금 지급 감소분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보험상품 판매 후 모집질서를 해치는 행위 등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건강관리 기기 제공을 보험업법 제98조1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할 방침이다.

단 △건강관리기기의 범주 △해당 기기와 연계한 보험계약 유지·관리 내용 △보험료 할인 기준 등을 명확히 한 경우로 한정했다.

보험사는 건강관리 기기 제공·유지와 이와 연계한 보험계약 유지·관리 내용을 기초서류에 명시해야 하고, 기기로부터 혈당, 혈압 등 제공받은 가입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집적·관리해 이를 보험계약 유지 및 보험료 할인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고객의 건강정보를 집적하는 등에 있어 의료법상 상충하는 문제 등 여러 제약조건들이 남아있지만 일단 한걸음 내딛을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 상품들을 새롭게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우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들이 만들어질 것이며 추가적으로 이에 필요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헬스케어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단순히 헬스케어 시장이 계속해서 커 나가는 것 뿐 아니라 이를 통한 가입자의 ‘사전적인 건강관리’가 손해율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기기 및 할인 등에 민감하고 접근도가 높은 젊은 우량 고객들을 새로운 고객군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는 결국 헬스케어 밖에 없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험권의 헬스케어 서비스 도입이 걸음마 수준인데다, 금융에 IT를 접목하는 것 역시 타 업권에 비해 매우 뒤쳐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통해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외국사례 등을 통해 의료법상 상충되는 부분들만 검토되면 질병이나 사고 등의 사후관리에서 사전관리로 보험 패러다임이 변화해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다만 기초서류에 반영 시 장기간 변경되지 않고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수준으로 어디까지 반영할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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