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계 보험사 “점포수 확대, 규제 완화도 큰 기대감 없어”
방카서 불가능한 보험금지급업무 등 ‘복합점포 메리트’ 있어야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오는 6월 시범운영 기간 만료를 앞둔 ‘보험복합점포’를 두고 벌써부터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점포 내에서 은행, 증권, 보험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 원스톱 금융서비스 실현이 기대됐지만 실상은 시너지가 거의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기 때문.

애초에 은행을 찾는 고객과 보험니즈가 있는 고객이 달라 단순히 접근성을 높인 것만으로는 보험복합점포를 이용할 필요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칸막이 규제와 아웃바운드 영업 규제 등으로 인해 접근성을 높인 것 마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복합점포(이하 복합점포)는 은행, 증권사와 달리 점포 내에서도 독립된 공간에 창구를 마련하고, 보험사 직원은 은행과 증권 공간에서 보험상품을 모집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은행, 증권사직원 역시 고객이 먼저 문의하기 전에는 보험상품을 연계해 주는 게 금지돼 있어 고객정보 공유도 어렵거니와, 고객이 직접 보험창구를 찾아가지 않는 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초 복합점포는 방카룰(한 은행에서 단일 보험사 상품 실적을 25% 이내로 제한) 붕괴 및 꺾기(은행 대출을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우려, 비은행계 보험사와 설계사 반발 등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많은 규제 속에서 시작됐으며 금융지주에 한해 점포 3곳만 시범운영토록 했다.

현재 금융지주 4곳에서 10개의 복합점포가 2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 보험사들마저 복합점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PB센터 내 복합점포를 입점해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여겼으나 실상 시너지가 거의 없다”며 “점포 임대비, 인테리어 비용, 내근직 직원 배치 등 사실상 들어가는 비용 대비 얻은 수익은 거의 없어 계속해서 비용만 낭비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점포 3곳 모두 모델을 달리해 파일럿 형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려고 했지만 고객이 거의 없어 제대로 된 실험마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잘 되지 않는데 굳이 활성화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지난해 말 기준 한 금융지주계열 보험복합점포의 계약건수는 채 30건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상품이나 점포수, 점포개점 시기 등에 차이가 있지만 가장 많이 판매한 곳 역시 100건을 겨우 넘은 수준이다. 한닫에 6~7건을 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은행-증권 간 복합점포 시너지 확대를 부르짖는 여타 금융지주에서도 보험복합점포에 대한 관심도는 극히 낮은 상태다.

업계는 과도한 규제를 문제로 지적하지만 점포수를 늘리고 칸막이, 아웃바운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활성화가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다.

일단 규제 완화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되는데다, 은행을 찾는 고객(대출)과 보험니즈가 있는 고객에 차이가 있어 굳이 복합점포에서 보험에 가입해야할 필요성이 낮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여러번 고객을 찾아가 상담하고 가입 필요성을 주지시켜야 하는 보험의 특성상 아웃바운드 규제라도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역시 방카룰 규제와 맞물려 있어 쉽지 않은데다 설계사 반발과 잉여인력으로 인해 비용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단순히 회사의 ‘수익성’ 측면이 아니라 보험계약 유지·보수 업무 등 보험복합점포에서만 가능한 업무의 메리트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에서도 보험영업(방카슈랑스)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과는 경쟁관계에 있어 협업을 통한 시너기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방카 채널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 그중에서도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줘 보험복합점포만의 필요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보험계약 외에 유지·관리 업무는 위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 업무 등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점포에 비해 보험점포들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점포도 많지 않은데, 은행에서 불가능한 보험금 청구 등 보험계약에 대한 유지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측면으로 접근하면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가입 시에는 정성을 쏟지만, 보험금 지급 등 유지 관리 부분은 거의 콜센터를 통해 연결해야해 청구서류 누락 등으로 보험 민원, 분쟁 발생이 반복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편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범운영이 끝난 후 업계 및 관계기관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고, 차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으며, 운영기간이 끝나면 현재까지 진행된 사안들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당국에서도 고려된 사항은 없지만, 소비자를 비롯해 보험업계 내에서 조차 사리진 보험복합점포 활성화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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