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채권 80% 출자전환, 추가 충당금 쌓아야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정부가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무담보채권의 80%를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도록 했다. 남은 20%는 5년 후에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약 5800억원 규모를 출자전환하고 6000억원가량을 추가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산은행이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의 무담보채권 80%를 출자전환하고 남은 20%의 만기를 5년 연장 후 5년 분할상환하기로 했다. 금리는 연 3% 이내로 제한된다.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무담보채권은 7000억원으로 출자전환 규모는 80%에 해당하는 약 5800억원가량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무담보채권 약 1조6000억원을 100% 출자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출자전환은 대출을 지분으로 바꾸는 방식을 말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향후 기업이 정상화되면 주식 가치 상승을 꾀할 수 있다. 다만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회수기간이 길어지고 주식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는 등 단점도 존재한다.

시중은행이 동의를 해야 출자전환이 이뤄지지만,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전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로 이어진다. P-플랜은 기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복합형 구조조정제도이기 때문에 은행은 손실에도 출자전환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KB국민, KEB하나, 농협, 신한, 우리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이 총 8884억원으로 익스포저가 가장 많다. 다만 농협은행 여신 대부분은 선수금환급보증(RG)로 대출채권은 65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출자전환 규모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은 농협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7144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했다. 대출채권이 5026억원, RG가 2118억원인 상태에서, 출자전환 규모는 총 4021억에 달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익스포저는 각각 5129억원과 2377억원으로 출자전환 규모는 각각 1101억원, 1102억원이다. 신한은행의 총 익스포저는 3098억원이지만 대출채권은 238억원에 불과하 출자전환 규모 역시 190억원 정도다.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해 약 3600억원을 충당금으로 이미 쌓은 바 있다. 전체 익스포저의 약 12% 수준이다.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약 6000억원 정도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와 은행권은 이러한 출자전환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익스포저도 예전보다 줄어 부담이 적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출자전환으로 시중은행의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출자전환 금액은 대부분 손실처리될 것으로 보이며, 익스포저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올려야 한다”며 “이는 은행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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