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각사 취합>

보름새 10명 중 8명, 기존 가입형태 선호
“금융위, 멀쩡한 상품에 구조만 바꾼 격”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보름만에 3만5000건이 팔려나갔지만 10명 중 8명이 기존 실손보험과 동일한 보장범위의 ‘기본형+특약’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구조 변경만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정상화하겠다던 금융당국의 의도가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은 셈이 됐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10개 손해보험사가 판매한 새 실손보험은 총 3만4559건으로 보름새 손보사에서만 하루 평균 2100건 가량이 판매됐다.

세부적으로는 전체 판매건수 가운데 기본형+특약 가입건이 2만8975건(83.8%)으로 대부분의 선택을 받았다.

이달부터 가입하는 실손보험은 기본형만 가입하거나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치료 등 3가지 특약을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특약으로 분리된 보장은 기존 실손보험에서 이미 보장하던 치료에 해당한다. 기본형+특약 구조의 가입이 많았던 것은 새 실손보험 가입자의 대부분이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의 가입을 원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체 판매건수에서 신규 가입이 99% 이상(3만4499건)을 차지했단 점도 인상적이다.

이미 실손보험 가입자는 3500만명을 넘어서며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새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보다 새로운 가입자 수요만 이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는 새 실손보험의 이러한 가입형태에 대해 출시 전부터 예견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새 실손보험은 당초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로 인한 보험사들의 잦은 보험료 인상을 상품 구조 변경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출시한 상품이다.

과잉진료가 예상되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등을 특약으로 따로 분리했던 것도 최대 35% 저렴한 기본형 가입자를 늘리겠단 의도였다.

그러나 새 실손보험 가입자의 대부분이 기본형+특약 구조의 가입을 선호하면서 이러한 금융위의 의도는 당장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 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도수치료, 비급여주사, MRI 등을 선호하다보니 기본형만 가입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보험료 자체가 저렴한데 특약형을 뺀다고 보험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정부가 실손보험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보험사를 옥좨 가격만 낮춘 실손보험 상품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5년 11월 금융위가 보험가격을 자율화하겠다며 추진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이후 보험사들이 참아왔던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올리며 여론이 악화되자 출시된 상품이란 점에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지속 오르는 이유는 비급여 치료항목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상품 구조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원래 있었던 상품을 살짝 바꿔 보험료만 낮췄다는 점이 판매형태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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