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업 인허가·인프라 구축이 발목 잡아

신한카드, 업계 유일 인도네시아 시장 안착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은행계 카드사들이 사업 초기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당국의 사업 인허가 장벽과 인프라 구축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5년 10월 미얀마 카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소액금융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현지 언어로 ‘다함께’를 뜻하는 ‘TU-TU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현지 법인명으로, 그해 12월 영업을 개시한 바 있다.

우리카드는 소액대출사업에 먼저 진출한 이후 할부·리스, 신용카드사업까지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8월 베트남 국책은행인 베트남 투자개발은행과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BCA(Bank Central Asia) 은행 본사에서 해외 현지 신용카드 발급지원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국내 카드사가 동남아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해외 당국의 엄격한 규제 적용 때문이다.

카드업은 민감한 개인정보 문제가 엮여 있고 해외 당국은 자국 금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규제와 법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과 같은 다른 사업과 연계하지 않고 카드사 홀로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또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금융 취약 계층이 많아 미래 수익 창출 가능성과 성장성은 높지만, 진출 초기 단계에서는 결제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단기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 진출은 현재 투자 초기 단계라 아직 실적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동남아시아 국가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고 지급·결제 관련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어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신한카드는 ‘한류’를 통한 차별화·현지화 마케팅 전략으로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에 활발한 모습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에 ‘인도모빌’과 합작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을 설립하고 할부·리스 금융을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은행계 카드사 처음으로 현지 신용카드인 ‘신한 하이캐쉬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신한카드는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제조·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현지 그룹인 ‘살림그룹’ 계열사와 협력을 통한 차별화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삼성, 롯데, CJ와 같은 국내 유통 계열사와 협력해 한류 서비스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고, 살림그룹 임직원 및 모집 채널을 활용해 현지화 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한류라는 콘셉트를 이용해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봤다”며 “아직 현지 카드 사업이 자리 잡는 과정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고객범위를 넓혀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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