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보안심사 및 보안 시스템 구축 비용에 부담

중소가맹점- 기존 결제와 차별성 부족 ‘도입 꺼려’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일부 카드사들이 ‘바이오 페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카드사와 중소가맹점까지 상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경영 악화 속에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과 금융당국의 보안 심사 과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중소가맹점은 기존 신용카드 결제 방식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바이오 페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페이는 지문, 홍채, 얼굴과 같은 개개인의 생체정보를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생체정보를 통해 본인확인을 하는 바이오 인증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보안만 유지된다면 안정성이 높고 편리해 혁신 금융거래 보안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5월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고 결제 시 전용 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카드결제가 완료되는 핸드 페이 서비스를 잠실 롯데타워 31층 무인 편의점에 적용했다.

핸드 페이가 활용하는 손바닥 정맥인증은 근적외선 센서가 정맥 속 헤모글로빈 성분을 투시해 식별하는 방식으로 정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금융결제원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와 롯데카드가 생체정보를 반씩 암호화해 저장하고 있어 보안성도 높였다.

롯데카드는 6월 중 서울 세븐일레븐 2~30개 지점에 핸드 페이를 적용할 계획이며, 최근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대형 병원에도 단말기 설치를 고려 중이다. 다만 당분간 중소카드가맹점에 핸드 페이를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하나카드는 자사 앱에서 추가 비밀번호 입력 없이 지문으로 본인확인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바이오 페이를 적용했다.

롯데·하나카드와 달리 다른 카드사들은 생체정보를 본인확인에 적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국민·신한카드는 자사 앱에서 현재 지문, 홍채와 같은 생체정보를 본인확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제하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공인인증 암호를 입력하는 추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비씨카드는 최근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 보이스 인증 결제기술 개발하고 약관 심사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이 시스템도 모바일 결제 프로그램에 적용해 본인확인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카드사들이 바이오 페이 방식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생체정보를 본인확인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이유는 기존 결제방식과 차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 페이와 같은 모바일 카드 도입으로 이미 카드 없이 결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전화번호와 생체정보를 등록해 카드 없이 결제하는 방식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보안을 강화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소가맹점도 바이오 페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시스템 도입을 반기지 않고 있다.

바이오 페이는 신속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인데 일반 중소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준의 결제방식과 속도에 만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생체인증 전용 단말기 설치가 필요한 바이오 페이는 중소가맹점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바이오 페이를 가로막고 있다.

바이오 페이의 기반이 되는 생체정보는 변경이 불가능해 한번 유출되면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 페이 도입 초기에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안심사를 거쳐 상용화하기까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결제방식과 크게 차별화된 결제방식이 아닌 한 바이오 페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바이오 페이를 도입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서로 맞는 대형가맹점과 필요 가맹점 위주로 우선 적용될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문제지만 그 후에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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