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인력 감축 등 경영전략 수정 불가피
‘업계 최초’ 온라인보험 상징성 상실 우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 최초의 인터넷 직판채널인 KDB다이렉트가 최근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산업은행 계열 KDB생명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 등 내부 경영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부터다.

지점 및 인력 감축에 따른 전통채널의 영업력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온라인보험 시장에서 상징성을 지닌 KDB다이렉트까지 시장 지위를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생명은 모회사인 산업은행과 외국계 컨설팅업체인 SIG파트너스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으며 차주내로 컨설팅은 마무리단계에 들어선다.

현재 KDB생명은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보험금지급여력을 나타내는 RBC비율이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124.35%를 기록 중이다.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으며 RBC비율이 150%를 웃돌기 위해서는 약 2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컨설팅업체는 KDB생명이 지점 축소 및 인력 감축을 통해 300억원의 인건비 절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은 설계사 중심인 전통채널의 영업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KDB생명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출범한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인 KDB다이렉트까지 업계 최초 온라인보험사의 상징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KDB다이렉트는 지난 2012년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출범한 인터넷 직판채널이다. KDB다이렉트는 온라인사업 진출 이후 4년간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1위 사업자 위치에 있어왔다.

그러나 KDB생명이 최근 재무건전성 악화로 주춤하는 사이 지난해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온라인 전업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게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대형 자본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생보업계 빅2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수입보험료(매출) 중심의 저축보험 판매를 지속하며 온라인시장 1위 자리를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 1분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온라인보험 초회보험료는 각각 7억4200만원, 7억89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보험업계는 KDB생명이 매해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온라인보험 시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온라인보험은 주 고객층이 30~40대, 사무·전문직 종사자 등 비교적 우량한 고객으로 구성돼있다.

이처럼 고객층이 젊고 전문직 종사자가 많을수록 보험사가 예상한 위험률보다 낮은 위험률에서 보험금 지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보험사의 주 수입원인 사차익 발생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의 영속성과 건전성을 엿볼 수 있는 유지율 측면에서도 온라인보험 사업은 두각을 나타낸다. 최근 3년간 보험계약자의 13회차 계약유지율이 90%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을 나타내는 채널은 전체 채널 가운데 온라인채널이 유일하다.

특히 KDB다이렉트가 사업 5년차에 접어들며 저축보험 판매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순수보장성보험인 정기보험, 암보험 등을 무해지환급형으로 판매하는 온라인채널도 KDB다이렉트가 유일하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무해지환급형 상품의 장점은 합리적인 보험료의 온라인보험 상품을 해지환급금을 없애는 방식으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KDB다이렉트는 올해 말께 온라인보험 사업자 중 처음으로 사차익 중심의 분기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보험사 다이렉트채널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금융업 전반에 온라인거래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온라인보험 업계 1위 사업자라는 시장지위를 지키는 것의 가치는 매우 크다”며 “KDB생명은 다이렉트채널이 가진 상징성을 명맥만 유지할 것인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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