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원, 새 회계기준 도입 시 부채 급증 예상
보험사 ‘앓는 소리’ 지적도…가격 인상이 관건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업계가 오는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실손보험이 부채덩어리 상품으로 전락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처럼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부채 부담뿐만 아니라 향후 수익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보험업계가 너무 앓는 소리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IFRS17나 새로 도입될 신지급여력제도(K-ICS) 내에서 실손보험의 부채를 산정하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일 보험개발원의 ‘IFRS17 도입에 따른 상품별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1년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이 지금보다 월납보험료의 5배를 부채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질병입원의료비(80%보장형, 5000만원한도), 남자 20세, 100세만기 전기납, 갱신주기 1년, 보장내용변경주기 15년를 기준으로 월보험료가 약 4000원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결과다.

IFRS17이 도입되면 장래에 발생할 손실(예상손실액)을 판매시점부터 일시에 반영해 해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기준 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130%에 달하는 등 꾸준히 적자를 내왔던 상품이다.

IFRS17에서는 현재의 손해율을 기초로 예상손실액을 산출한다. 이에 보험사는 계약초기부터 향후 발생할 손실을 미리 부채로 적립해두어야 한다.

현재 손해율 상황에서는 실손보험을 팔수록 보험사의 부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IFRS17 도입 이후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보험사가 발생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료 결정권이 보험사에 완전히 부여되지 않은 손실부담계약을 판매하는 것은 보험사의 당기손익 및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개발원의 주장이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발표된 IFRS17 기준서 상에서는 보험사가 계약의 경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발원은 보험증권에 포함된 모든 계약을 하나의 위험으로 보고 보험사가 쌓아야 할 부채의 규모를 계산했다. 가입시점이 20세이고 주계약의 최종보장연령인 100세를 가정하면 80년간의 예상손실액이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IFRS17에서는 위험을 완전히 반영할 수 있다면 보험증권에서 주계약과 특약을 분리해 부채 적립액을 계산하는 방법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보험계약에 실손보험이 특약으로 들어있다면 주계약 만기(100세)가 아닌 실손보험의 만기(15년)를 계약의 경계로 잡고 부채 적립액을 산출하는 것이다.

즉 계약의 경계를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사의 예상손실액은 80년에서 15년으로도 계산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가 미리 반영해야할 부채는 개발원의 가정보다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손보험의 보험료 갱신기간이 1년이란 점도 실손보험이 판매 중지 사태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매해 실손보험료가 인상되는 상황에서 거둔 보험료가 나간 보험금보다 더 많다면 이는 보험사의 수익이 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IFRS17와 같은 시점에서 도입하는 감독기준인 K-ICS에서도 계약의 경계를 정하는 방식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K-ICS는 감독기준이란 점에서 IFRS17과 달리 보험사에 동일한 기준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주계약과 특약을 분리해서 위험을 계산하는 방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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