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위 4개사 모두 ‘연만기’형 상품 출시
회계·감독기준 대비…상품 경쟁력 하락 우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100세 만기, 80세 만기 등 일명 ‘세만기’형 보험 상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회계기준 및 감독기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변경되는 회계 및 감독기준에서는 만기가 길수록 적립해야 할 부채가 커진다.

문제는 보유계약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손보사의 노력이 장기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연만기 전용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손보사의 장기보험 상품은 연만기형과 세만기형으로 구분된다. 연만기형은 10년, 15년, 20년 등 정해진 기간동안 보장이 유지되는 형태고 세만기형은 100세, 80세 등 일정 연령까지 보장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먼저 현대해상이 올 하반기 첫 신상품으로 출시한 ‘기세당당건강보험’이 연만기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7대 성인질환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간질환,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및 당뇨병 등을 보장하는데 그간 현대해상의 건강보험 상품 중 연만기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사실상 없었다.

KB손해보험이 올해 출시한 신상품 3종 역시 연만기로만 가입할 수 있다. 이달부터 판매하는 당뇨전문보험인 ‘KB당뇨케어건강보험’을 비롯해 지난 1월, 3월 출시한 ‘더드림365건강보험’과 ‘더드림아이좋은자녀보험’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도 올해 각각 ‘태평삼대 건강보험’, ‘아플때참좋은건강보험’을 2월과 4월에 출시하며 연만기 전용 보험을 판매하고 나섰다.

연만기 상품은 세만기 상품과 비교해 보장기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20년 만기의 연만기 상품에 가입한다면 보장 기간은 60세까지다. 이후에는 보험계약 갱신을 거쳐야 한다. 나이가 든 만큼 재가입도 어렵고 보험료도 비쌀 수 있다.

반면 같은 남성이 비슷한 담보의 100세 만기 상품에 가입한다면 보험료 갱신이나 재가입 과정 없이 100세까지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가입한 특약의 갱신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계약만큼은 세만기형이 연만기형 상품 대비 보험료나 보장기간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연만기형 상품은 소비자에겐 불리한 셈이다.

특히 그간 손보사들이 ‘100세 만기’를 강조하며 세만기형 상품 위주의 판매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연만기 전용 상품의 출시는 상품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 손보사의 장기보험은 생명보험사와 달리 피보험자의 사망, 질병 등의 위험을 평생동안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이 연만기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오는 2021년부터 변경되는 회계기준 및 감독기준에 따른 영향이다.

변경되는 회계 및 감독 기준에서는 상품을 판매하는 시점에서부터 앞으로 보험 상품에서 발생할 예상손실액을 부채로 쌓아야 한다. 이 경우 보험만기가 길어질수록 쌓아야할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보장기간이 긴 세만기 상품을 많이 팔수록 보험사의 부채  부담은 늘어난다. 연만기와 달리 만기 이후 보험계약을 받지 않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려받지 못하는 것도 보험사에겐 부담이다.

손보사들이 연만기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이유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연만기형 상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80세까지 심사 없이 재가입할 수 있는 상품 등이 출시되고 있지만 세만기형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회계기준 이슈로 인해 손보사들은 연만기 상품을 지속 출시할 것. 향후 출시되는 손보사 상품에서는 100세 만기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