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서비스의 고객진단 10여개 질문에 불과
적법한 알고리즘 규제 수반돼야 신뢰 극복

우리나라는 지난 4월말 제1차 로보어드바이저(이하 RA) 테스트베드가 완료된 후 RA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면 투자일임서비스의 비대면 가입 제한으로 일반 투자자가 쉽게 RA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1차 RA 테스트베드 과정과 그 이후 RA의 투자성과가 대부분 시장평균을 밑돌며 시장의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원은 “RA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RA알고리즘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글로벌 규제 동향에 맞춰 RA알고리즘에 대한 규제를 체계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A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온라인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알고리즘에 담아 자문서비스를 자동화해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객의 자산을 일임받아 관리하는 자산배분 관리형 RA알고리즘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고객진단’이 매우 중요한 서비스 단계다. 정확한 고객진단이 자문서비스의 질과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진단 알고리즘이 고객유형을 잘못 분류해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맞지 않게 자산배분을 추천할 경우 고객은 RA의 자문서비스에 불만이 생기고 극단적인 경우 불완전판매까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제46조와 표준투자권유준칙’에서는 투자자문업자는 적합성 원칙심사에 필요한 고객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투자일임의 경우 소득수준, 금융자산 비중 등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RA서비스의 고객진단 알고리즘은 10개 이내의 간략한 온라인 질문으로 고객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RA는 오프라인 자문업자보다 고객유형 분류에 있어 오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고 RA가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 또한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RA의 고객진단 알고리즘은 자문업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 또는 신의성실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관리돼야 한다”며 “RA는 자동화된 자문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그 영업행위는 사람이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RA도 자문업자에게 적용되는 영업행위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1~2년 사이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RA알고리즘에 대한 규제를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SEC는 지난 2015년 5월 투자자 보호를 위해 RA에 대한 투자자 주의조치를 내렸으며 지난 2월에는 RA의 고객진단 알고리즘이 신의성실 의무를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규제지침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FINRA 또한 지난해 3월 RA알고리즘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안하고 RA알고리즘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및 감독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RA가 선호하는 특정증권이 편입됐는지, 특정자산이 과도하게 편입됐는지, 자동 리밸런싱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맞게 실시되는지, 리밸런싱이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초래하는지 등 이해상충의 문제에 대해 자세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RA 규제지침안을 발표한 영국의 FCA는 영국의 RA 대부분이 종합자문이 아닌 단순자문 및 중점자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RA 규제지침안도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호주의 ASIC은 지난해 3월 건전한 디지털자문시장 발전을 위해 RA 규제지침안을 발표했다. 해당규제안은 디지털자문서비스 제공업자가 자문업자에게 요구되는 최소교육 및 역량요건을 충족하도록 하고 책임자를 1명 이상 임명하며, RA알고리즘이 적정하게 설계 및 상시감시되고 테스트되는지 적절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RA의 투자성과가 전체적인 시장의 신뢰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원천적으로는 RA가 채택한 알고리즘의 고객진단, 자산배분, 리밸런싱 역량에 의해 신뢰도가 좌우된다”며 “RA알고리즘이 효율적으로 자산배분을 하고 투자성과와 시장상황에 맞게 고객의 투자자산을 운용하면 RA는 자연스럽게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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