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최근 15년간 6번의 유상감자와 2번의 무상증자를 실시한 증권사가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3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승인해 총 7번의 유상감자를 진행하게 됐다.

보통 경영상황이 악화된 기업들이 새로운 대주주를 물색하는데 있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새로운 대주주(제3자배정 유사증자)는 감자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보다 저렴하게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는 무상감자로 지분이 줄어든 상태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비율이 더 줄어드는 이중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6번의 유상감자와 2번의 무상증자 그리고 다시 유상감자를 준비 중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이와는 정 반대의 경우다.

2002년 처음 유상감자를 실시한 골든브릿지증권은 2004년과 2013년에는 유상감자 실시 몇 달 전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무상증자는 말 그대로 별도의 자금유입 없이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회계 상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겨와 자본을 늘리는 것으로, 실상 자본총액에는 변화가 없지만 늘어난 자본금만큼 기존 주주들은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주식수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유상감자를 진행하게 되면 줄어드는 자본(주식수)만큼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변모하게 된다. 보통 유상감자 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주당발행가액)에 주식을 매입해주는 만큼 모든 주주(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상 대주주가 재미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자를 해도 지분율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특히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대주주가 개인자금 필요시 유상감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 14일 골든브릿지증권 임시주총장은 대주주의 대리인과 이와 반대편에 선 노조, 우리사주조합, 일부 소액주주들 간 폭언과 고성이 난무하는 자리였다. 두 시간 이상 이어지던 주총은 대주주 대리인이 찬성의견을 표함에 따라 별도의 표결 없이 승인됐다.

노조는 표결 없이 진행된 결의에 문제를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유상감자 승인 불허를 요청할 방침이지만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대주주 대리인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인 문제를 따지고 들기는 어렵다.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이 10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당국 역시 감자 승인을 불허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 감자되는 주식수 만큼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적극적인 찬성을 보이는 소액주주들도 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주가치(이익) 제고’라는 명분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든브릿지증권의 모회사이자 대주주는 ㈜골든브릿지로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으며, 골든브릿지의 대주주는 이상준 골든브릿지 금융그룹 회장으로 57.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감자를 통해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골든브릿지증권은 현재까지 3456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은 4600억원에서 1400억원대로 줄었다. 올해 3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가 추가로 이루어지면 감자규모는 총 3756억원, 자기자본은 1100억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이 기간을 거치며 지점수는 42개에서 2개로, 850여명이던 직원도 130명으로 줄었다.

자기자본이 줄어든다고 해서 경영상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사업영유 범위가 갈리는 만큼 사업기반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노조는 계속된 감자로 재무 및 경영건전성,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자기자본 1000억원 규모로는 영업에도 타격을 줘 회사의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상황에서 회사는 보유한 현금성 자산 일부와 건물 매각을 통해 감자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매각이 여의치 않자 자체적인 청산과정에 접어드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 하는 것이 기업의 소명이지만, 또한 금융회사는 회사의 건전한 유지와 이를 통해 회사를 믿고 돈을 맞긴 금융소비자와의 신뢰를 지켜야할 의무도 있다. 감자만이 아니라 내실화를 통해서도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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