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 영향

교보 5개월새 1조6500억 ‘성장견인’
PBS 점유율 삼성증권 31.0%로 1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이 지난 8월 14일 기준 12조원을 돌파했다. 7월 말 설정액이 11조5602억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보름만에 5000억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특히 당국의 규제완화로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 8월 헤지펀드 설정액 12조원 넘어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총 설정액은 지난 14일 종가 기준 12조946억원을 기록하며 12조원대로 올라섰다. 21일 현재 설정액은 12조1647억원, 순자산총액은 12조4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폭발적인 시장 규모 증가세는 지난해 헤지펀드 시장에 첫 발을 들인 증권사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그중에서도 후발주자인 교보증권이 규모 상승을 이끌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 3월 말 첫 헤지펀드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총 80개의 헤지펀드를 출시, 설정액이 1조6578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전체 설정액의 13.6%를 차지하고 있다. 한달새 3988억원이 증가한 7월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꺾였으나 이달 들어서도 15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리며 설정액 규모 1위 기록을 갱신 중이다.

교보증권의 등장으로 1위 자리를 내준 흥국자산운용은 21일 기준 총 설정액이 1조2845억원으로 교보증권과의 차이가 지난달 25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었다.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타임폴리오운용은 설정액 1조462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펀드수는 601개로 이달 들어서만 37개가 새롭게 설정됐으며, 이중 14개가 교보증권에서 신규로 설정된 펀드다.

토러스증권, 코리아에셋증권도 8월 신규펀드를 선보였으며, 안다·타이거·DS·피델리스·더글로벌 등도 8월 신규펀드를 내놨다. 주 전략은 하이일드, 에쿼티 롱숏, 에쿼티 헷지, 메자닌, IPO 등으로 다양했다.

시장에서는 기존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이었던 멀티 스트래티지(Multi-Strategy)와 함께 픽스드 인컴(Fixed Income)과 메자닌(Mezzanine) 전략의 헤지펀드 설정액 증가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 올 상반기 수익률 NH·타임폴리오·흥국 운용 순

전체 설정액 3000억원 이상 운용사 가운데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NH투자증권으로 7%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자기자본을 투자해 투자자들과 이해를 동일시, 수익률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달 자기자본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현재 총 설정액이 4108억원으로 늘었으며, 꾸준한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올해 6000억원, 내년 1조원까지 몸집을 불린다는 전략이다.

이어 타임폴리오운용이 5%대 중반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흥국자산운용이 2% 초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액 규모 1위인 교보증권의 경우 채권을 중심으로 한 헤지펀드 운용으로 상반기 기준 수익률은 0.4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규모 1위 교보증권, 엇갈리는 평가

압도적인 규모 확대에도 수익률이 낮은 교보증권 헤지펀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모양새다.

교보증권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며 채권형 헤지펀드를 내놨다. 낮은 시장금리와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교보증권의 채권형 헤지펀드는 낮은 변동성을 무기로 예·적금 대용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예·적금 대용’으로 시장을 급속도로 부풀린 것이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헤지펀드의 성격과는 동떨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기관,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운용자가 아닌 투자자를 제한하는 시장”이라며 “단기 채권을 중심으로 안정성을 강조해 낮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헤지펀드로 보기 어려우며, 예·적금을 대신할 상품으로 마치 공모펀드처럼 다수를 대상으로 팔릴 경우 헤지펀드 본연의 성격을 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양한 전략들로 시장변동에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내야 하는데 전략이 너무 단순하다는 점도 진정한 헤지펀드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 교보증권 덕본 삼성증권, PBS 점유율 1위

 

증권사들의 헤지펀드에 대한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점유율은 교보증권 헤지펀드 신계약을 독식 중인 삼성증권이 점유율 31.0%(설정액 3조7767억원, 21일 기준)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NH투자증권이 펀드설정원본액 2조8436억원으로 23.3%의 점유율을 기록, 한국투자증권은 17.7%(2조1547억원)로 3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삼성증권 점유율이 지난달 말 대비 0.2%포인트 소폭 하락하면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씩 점유율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KB증권(13.5%, 1조6476억원), 미래에셋대우(12.0%, 1조4600억원), 신한금융투자(2.4%, 2973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는 7년 정도가 지났지만 본격적인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로 봐야 한다“며 ”단기간의 수익률에 연연하기 보다 다양한 전략들로 경쟁을 통해 도태되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연기금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건전한 트랙레코드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