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장해 담보 끼워 보험료 3배 부풀려
“끼워 팔기 관행…보험료 자율권 늘려야”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고령자들를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나섰다.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해결할 목적으로 가입하는 실손보험임에도 상해사망, 후유장해 등의 담보를 집어넣어 단독 가입보다 보험료를 2~3배 높게 판매하는 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 손해보험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자사 질병통합보험 상품에 실손보험을 끼워 팔도록 영업채널에 주문하고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61세 이상 고령자에게 상해사망, 일반신체장해, 질병후유장해 등이 포함된 통합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A 손보사가 정하는 최소 기준에서 통합보험으로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는 61세 남자와 여자 기준 각각 6만5000원, 5만9000원 수준이다.

B 손보사는 70세도 실손보험에 진단 없이 가입할 수 있다며 통합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상해사망, 후유장해부터 골절·화상진단비, 입원·수술비 담보까지 모두 가입하면 실손보험에 심사 없이 가입시켜주겠다고 하는 식이다.

B 손보사 기준으로 통합보험에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는 61세 기준 남자, 여자 각각 9만5000원, 7만9000원에 달했다.

그러나 A손보사와 B손보사에서 61세가 실손보험만 단독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남자, 여자 모두 월 보험료 3만원 내외로 가입이 가능했다.

즉 고령자들은 통합보험 가입으로 단독형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를 2~3배 이상 비싸게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 보험판매자는 “단독형 상품에서는 심사기준을 높여 가입을 어렵게 만드는 반면 더 비싼 통합형 상품에 가입할 경우에는 심사기준을 완화해 더 비싼 보험료로 가입하게 만든 것”이라며 “실손보험은 단독 가입과 특약형태 가입 상관없이 매해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기 때문에 통합보험을 통한 가입이 더 나은 조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손보험에 불필요한 보험료를 더해 파는 행위는 보험업권에서 일종의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금융감독당국 등 정부가 실손보험의 가격을 우회적으로 통제해왔다는 점도 그 이유다.

지난 2014년 7월 출시된 노후실손보험이 유명무실해진 것도 작용했다. 당시 정부의 요청으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이 힘든 고령자를 위해 가입연령을 50~75세까지 확대하고 보험료는 30% 가량 낮춘 노후실손보험을 내놨지만 정작 해당 연령대의 가입율은 0.2%(2만6000건)에 불과했다.

자기부담율이 기존 실손보험보다 10% 이상 높아 쉽게 손해율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보험료 조정의 자율권이 없다보니 보험사들이 판매를 꺼려온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실손보험 끼워 팔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료 자율권을 조금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노후실손보험도 고령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결국 정책성 상품으로 출시된 상품이다 보니 보험사들이 노후실손보험 대신 기존 실손보험을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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