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추진으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6.7%에 이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5.3%에 불과한 수준이다.

퇴직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단계별로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퇴직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중소기업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기업 위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고 있는 국내 보험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특화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이 회사의 단기적인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DB형 퇴직연금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영업을 해온 결과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보험회사들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일괄형 서비스를 통해 중소기업 퇴직연금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일괄형 서비스는 말 그대로 제도설계부터 운용 및 자산관리까지 모든 서비스를 통합제공해 주는 퇴직연금서비스다. 단일화된 운영창구에서 운용 및 자산관리서비스가 제공돼 업무처리도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뤄진다.

미국과 일본의 보험회사들은 지난 2000년부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퇴직연금서비스를 적극 개발해왔다.

이들은 퇴직연금 운영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하고, 규모가 작을수록 서비스 차별화가 용이하다는 점에 착안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괄형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중소기업 퇴직연금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일괄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회사는 대표적으로 미국의 메트라이프(MetLife), 영국의 Aegon N.V, 일본생명 등을 들 수 있다.

미국 메트라이프는 대형 자산운용사에 밀린 대기업 대상 퇴직연금시장에서 철수하고 중소기업에특화된 일괄형 서비스로 중소기업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설계사가 생명보험, 건강보험, 퇴직연금 등 종합적인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고 대기업에 비해 일괄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Aegon은 제도설계, 맞춤형 투자안, 은퇴서비스 기능을 담당하는 3개 회사를 통합해 ‘Transamerica’ 은퇴솔루션이라는 신규브랜드로 일괄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생명은 그룹 내 관계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일괄형 서비스를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운영관리는 일본생명이 총괄하고, 적립금의 자산관리업무는 관계회사인 니혼 마스타트러스트(Master Trust) 신탁은행, 자산운용 및 상품제공은 그룹자회사인 닛세이 자산관리회사가, 기록관리 업무는 NRK에 재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그림 참조>.

보험연구원 류건식 연구원은 “중소기업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앞서 국내 보험회사도 중소기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들을 대상으로 한 일괄형 서비스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보험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금융회사와 업무분담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중소기업 규모별, 업종별 특성에 부합한 서비스 개발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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